5. 나를 이해해달라는 말

1. 타인의 시선과 무지

by 박하루

내가 앓고 있는 병의 이름은 ‘뇌전증’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 병을

‘간질’이라고 부르거나,

단순히 “그거 발작하는 거지?” 정도로만 기억한다.

그들의 말엔 대체로 악의가 없다.

그렇기에 더 조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사실, 뇌전증이 어떤 병인지

그리고 ‘발작’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TV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과장된 장면만 기억하거나,

“스트레스 받으면 쓰러지는 병” 정도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미지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실제의 나를 가려버릴 때가 많다.


가끔 묻는 사람들도 있다.

“그 병은 낫는 거야?”

“유전되는 거 아니야?”

“술은 진짜 한 방울도 안 돼?”

물론, 궁금해서 묻는 걸 안다.

하지만 그 질문들 속에는 단순한 호기심보다

알게 모르게 깔린 판단이 먼저 느껴져서

나는 종종, 말 대신 웃음으로 넘긴다.

어떤 질문은 대답을 유도하기보다

침묵을 만들기도 하니까.


그리고 ‘발작’이라는 단어.

그 말은 언제부턴가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이 되고,

인터넷 댓글 속 밈이 되고,

친구들 사이의 농담이 되었다.

“쟤 또 발작났어.”

“감정 기복 심하더니 거의 발작 수준이네.”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설명도 못한 채, 말끝을 삼켜야 했다.


내게 발작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다.

몸의 리듬이 무너지고,

기억이 끊기고,

숨이 막히는 듯한 그 몇 분의 시간.

그 안에는 두려움과 무력감,

그리고 수없이 반복된 조심스러움이 담겨 있다.

그 장면을 지켜본 가족과 친구에게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 무게를 가진 단어가

농담처럼 오가는 걸 볼 때면,

나는 내가 뭔가 잘못된 존재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잖아.”

그 말 한마디가 내 지난 시간들을 지워버리는 듯해

나는 점점 더 입을 닫게 되었다.


병은 내 안에 있지만,

그 병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늘 내 바깥에서 날 겨누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에 다치지 않으려

오늘도 마음의 거리를 두며 조심스럽게 하루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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