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작이 없는 날에도 사라지지 않는 긴장
아무 일 없는 날.
몸은 괜찮고, 약도 잘 챙겨 먹었고,
밖엔 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그저 평범한 하루인데.
그런 날에도 어딘가 불안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다는 사실이
또다시 무언가 생길 것 같은 예감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왜 이렇게 멀쩡하지?’
‘이 조용함이 다음을 위한 신호는 아닐까.’
머릿속에서 자꾸만 소음을 만들어냈다.
평온해야 할 하루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더 긴장시키고 있었다.
발작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나는 예고 없는 고요에도 경계하게 됐다.
며칠째 멀쩡하면, 오히려 그 다음 날이 더 걱정됐다.
몸은 쉬고 있는데, 마음은 도무지 편해지지 않았다.
가끔은, 증상이 드러나는 날이 오히려 나았다.
불편해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조용한 날은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를 그 ‘가능성’ 때문에
내가 나를 더 조여야 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자꾸만 나를 점검하게 된다.
숨은 편하게 쉬고 있는지,
손끝이 저리지는 않는지,
눈이 떨리진 않는지.
몸이 보내는 사소한 신호에도 예민해지고,
그 안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건
사실 불안이 아닌, 나 자신을 향한 의심이었다.
“요즘 잘 지내?”라는 질문에
“응, 잘 지내”라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론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괜찮은 건지,
이 괜찮음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무사한 하루는 감사하지만,
그 고요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아니까
나는 오늘도 긴장을 품고 하루를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