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무사함’과 ‘평온’ 사이의 경계
조용한 하루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발작이 없는 날이 이어질수록,
나는 이상하게 더 긴장했다.
‘너무 괜찮은데, 이상하다’
‘혹시 쌓이고 있는 건 아닐까’
‘곧 크게 올지도 몰라’
불안은 평온한 척하는 일상 속에서 더 깊어졌다.
사람들은 내가 멀쩡해 보이니까,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이제 다 나은 거냐고,
옛날처럼 다시 돌아간 것 같다고.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었다.
몸이 괜찮다고 해서,
마음까지 괜찮은 건 아니었으니까.
나는 늘 두 가지 사이에 서 있었다.
무사함과 평온.
겉으론 무사해 보이지만,
속은 여전히 뒤척이고 있는 상태.
조용하다는 게 정말 평온한 건지,
아니면 더 큰 무언가를 앞두고 있는 고요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그래서 웃는 게 조심스러웠고,
좋은 날을 기록하는 것도 망설여졌다.
괜히 자만하다가,
금방 무너질까 봐 겁이 났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 일 없어 보이는 그 하루가
사실은 나에겐 가장 조심스럽고,
가장 아슬아슬한 날이기도 했다.
나처럼 병을 밝히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엔
이런 감정을 혼자 껴안고 사는 이들이 많을 거다.
말하지 못해 더 외롭고,
괜찮아 보이려 애쓰느라 더 지치는 사람들.
나는 안다.
무사한 하루에도,
그 안엔 수많은 불안과 용기가 함께 있었다는 걸.
그러니 오늘도 괜찮았다면,
그건 그냥 ‘운이 좋았던 하루’가 아니라
내가 애써 지켜낸 하루라는 걸 잊지 말자.
그 하루를 버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