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손을 잡아줄게

by 송미

복닥 복닥 한 아침 시간을 보내고 창가에 앉았다. 햇살이 제법 봄이 왔구나 싶었다. 커피믹스 한잔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려 버튼을 누르자마자 핸드폰이 울린다.

띠리 리리~ 집어 든 핸드폰은 연신 울려대지만 나는 화면에 쓰인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 금방 전화를 받지 못했다. 심장이 콩닥콩닥하기 시작한다. 눈을 질끈 감고 받지 않아 볼까 하지만 이내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네~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수화기 너머 선생님께 인사를 건네자 선생님께서는 긴 한숨과 함께 이야기하셨다.

"네…. 네…. 그럼요 이해하죠…. 얼마나 속상하셨어요. 제가 지금 학교로 갈까요? 아~~~ 네…. 그럼 하교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아침이 유난히 평화롭다 생각했다. 오랜만에 창가에 드리운 햇살은 곱고 따듯하고, 커피 한잔 하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던 나의 평화로운 아침이 학교에서 온 전화 한 통화로 끝나버렸다.


학교에 도착해 방문자 기록 카드를 쓴다.

'2-2 담임상담' 써놓고 보니 내가 이전에 써놓은 방문자 기록이 보인다. 이번 달만 해도 벌써 세 번이다.

교실 문을 닫으며 담임선생님께 죄송하다고 잘 타일러보겠다고 인사드렸다. 부루퉁한 표정으로 내 옆에 서서 바지를 문지르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아끌어 인사하게 했다. 그리고 나도 다시 한번 더 죄송하다고 했다.


교문을 나서는데 노을이 진다. 아이의 얼굴도 붉게 물든다. 그리고 아이의 눈가도 붉어진다.

"오늘 무슨일 있어?왜 그랬어?"

애써 화를 꾹 참으며 이야기하려 했는데, 내 목소리가 다그친다 느꼈는지 내 말 한마디에 붉어진 눈가에서 뚝하고 눈물이 떨어진다. 이내 엉엉 우는 울음으로 변한다. 한참을 울고 나서 훌쩍이는 콧물을 훔치며 말했다.

"걔가 나보고 엄마 없는 애라고 했어요. 나 엄마 있다고 우리 엄마 성남에 있다고 했는데…. 걔가 오늘 입은 내 옷 놀리면서 시설 사니까 다 그런 거라고 놀렸어요. 엄마 없어서 불쌍하다고 (으앙) 그래서 나도 모르게... (흑흑흑) 내가 잘못했어요."

토닥토닥 다영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울음이 멈출 때까지 토닥여주었다.

"다 울었어?"

"네."

"그럼. 나쁜말로 속상하게 해 줬으니까 내가 가서 그 애한테 따져 줄까?"

"아니요…."

손가락으로 옷자락을 배배 꼬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왜? 그럼 그냥 가만히 있어? 우리 다영이 속상하게 했는데?"

"그래서…. 그래서…. 개가 나한테 맞았잖아요."

목소리가 더 작아지는 영희였다.

"맞아. 그 애에게 주먹으로 갚아 주어 버려서, 다영이가 속상한 것 따질 기회를 잃어버린 것 같아. 그렇지만 다음에 또 놀리고 그러면 속상할 테니까 담임선생님과 상의해야 할 것 같아."

아이가 나를 눈물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시 꼭 안아주며 토닥였다.

"다영아.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우리 다영이 속상할 때 보호해 주고 다영이 대신 이야기해 주고 해결해 줄 거야. 다영이 엄마가 지금은 함께 할 수 없지만 대신 내가 함께해 줄게. 그러니 속상한 일은 주먹보다 선생님 먼저 찾아 줄 수 있겠니? 내가 우리 다영이 편 해줄게."

"네. 이제는 친구를 때리지 않을게요." 다짐을 담아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데 손을 잡은 우리 둘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나는 장애인 복지기관의 사회복지사이다. 장애인 복지시설 중 가장 작은 시설이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이다. 이곳에서 나는 어느 때는 상담가로 어느 때는 경리로 회계를 담당하고 어느 때는 엄마가 되어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한다. 혼자서 여러 가지 일을 할 때면 힘에 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오늘 영희의 일처럼 외롭고 힘든 이들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편이 되어주고 손잡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

' 내가 우리 다영이 편이 되어줄게. 우리다영이 손 꼭 잡아줄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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