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한 그릇

by 송미

2025년이 시작되자마자 큰 어려움을 만났다. 사랑누리가 설립되고 11년 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이었다. 대전시의 정책이 바뀌었다고 장애인 이용자의 2년 이상 거주를 제한하겠다고 유예기간 1년을 준다 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사랑누리를 집으로 삼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2년 이상 살고 있다. 그러하니 모든 이용자가 사랑누리를 떠나야 한다. 대응방법을 찾으며 분주한 시간이었다.


퇴근하던 한 팀장님이 머뭇머뭇거리다 개미만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저... 원장님. 혹시 저랑 따로 이야기할 시간 있으실까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시설을 운영하며, 직원들이 따로 만나자고 하면 대부분은 퇴사를 이야기한다. 저렇게 머뭇대며 만나자고 하면 거의 99.9%라고 봐도 무방하다.

요즘 너무 많이 힘들었다. 어머님들의 슬픈 눈물과 사랑누리식구들의 걱정되는 앞날이 매일매일 한숨짓게 했다. 그런데 기둥같이 일하는 한팀장님의 퇴사라니, 생각만 해도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식당에 마주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를 보다 먼저 말을 꺼냈다.

“팀장님, 할 말이 뭐예요? 따로 보자고 하면 원장은 놀래요.”
“아~ 별거 아니에요.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여기 추어탕 뜨끈하니 맛있어요.”

내게 수저를 건네며 밥 한술 뜨길 재촉했다.

뜨끈한 국물에 새콤한 오이무침 한 조각 올려 먹으니 없던 입맛이 돌아왔다. 요 며칠 걱정 때문에 입맛이 없고 뭐든 모래알 씹는 것 같았는데, 오늘 마주한 추어탕은 맛있었다.

밥 한 그릇 다 먹고, 돌솥밥의 누룽지까지 다 먹고. 포만감이 차올랐다.


“자 이제, 이야기해봐요. 나 그만 긴장하게 하고.” 나의 물음에 한팀장님이 식탁 위의 계산서를 집어 들었다.

“요새 원장님 너무 힘들어 보였어요. 그래서 밥 한 끼 편하게 드실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식사할 때도 전화하느라 일하느라 바쁘신 거 보면서 건강도 걱정되기도 했고요. 오늘 추어탕 한 그릇 뚝딱 하시는 것 보니 걱정이 없어지네요. 힘내세요. ”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다. 추어탕 한 그릇이 참 달다. 보약 한재 먹은 것 마냥 힘이 난다. 함께여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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