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
30대가 되도 무서운 건 무섭고, 싫은건 싫은거다.
연말연초 다이어리에 새해 목표 세우기가 한참이다.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나겠지만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냐는 문제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래도 무언가 해 보겠다고 끄적거리는 내 모습이 대견한거니까.
라이프사이클에서 30대라는 포지션은 참 애매하기 그지없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는 지금 30대는 사회초년생 청년에 불과하지만,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관점에서 30대는 나름 오래 산 느낌이기도 하다. 그래서 30대는 도전을 하기도, 도전을 하지 않기도 곤란한 나이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나 그지 없다. 갑자기 강요가 왜 나오냐고 물으신다면, 도전과 시작을 강요받는 작금의 30대(특히 ‘나’)들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나는 한 직장을 8년째 다니고 있다. 그렇다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직을 해서 연봉을 올려라’, ‘다른 사업을 해보는 건 어떠냐’, ‘30대는 새로운 도전의 마지노선이다.’ 등등 조언아닌 조언을 많이 듣는다. 사실 무언가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현재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더 많기 때문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고 나는 삶에 안주하고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다. 삶의 환기 측면에서 도전이 갖는 의미가 클 수도 있다. 맨날 비슷한 일상을 지내다보면 권태와 우울이라는 녀석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무언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긴 하다. 그래서 나는 작은 시도를 하고, 작은 성공을 맛본다. 예컨대 하루 만 보 걷기 같은 사소한 도전 같은 거다. 실패한다 하더라도 ‘내일 다시 하면 되지’하고 웃어 넘길 수 있는 정도의 것.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큰 도전은 큰 성공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큰 실패를 가져올 수 도 있으니, 최소위험 적당한 만족을 누리기 위한 방편이다. 30대가 되도 무서운 건 무섭고, 싫은건 싫은거다.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은 응원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무언가에 도전하지 않는다해서 비난 받을 일도 아니다. 무언가를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휴식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다. 제대로 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러니 꼭 목표를 세우거나 도전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차피 삶 자체가 도전의 연속이다. 그러니 가끔은 쉬어가는 날도 필요하지 않을까.
사진 : 모던스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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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어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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