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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보경 Jun 21. 2023

용기를 내야한다면

언젠가 용기를 내야한다면 나는 지금이라고 하겠다.

깨달음이 언제나 축복인 것은 아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구나를 깨달은 뒤,  새로운 일에 거침없이 뛰어들던 용기가 사라졌다. 새로운 것은 대부분 평범하지 않으니까.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변화를 거부하고 안정만 추구하는 꼰대가 되고 있었다. 일은 물론 사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무살의 연애는 타오르는 불꽃 같았다면, 서른살의 연애는 물에 젖은 명주실 같았다. 불만 붙으면 끝을 모르고 타 들어가다 순식간에 꺼져버리는 막대불꽃 같던 사랑이 어느 순간 천천히 물들어, 이내 무거워지는 명주실 같은 사랑으로 변했다. 어느 사랑의 형태가 옳은지 그른지는 판단할 수 없다. 그 시절엔 그 시절에 어울리는 사랑이 있는거니까. 서른의 사랑은 아니, 어른의 사랑은 시작도 끝도 참 어려웠다.


사실, 어른의 사랑이라는 것을 오해했던 때가 있었다. 감정보단 조건을 우선하는 것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랑법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어른스러운 것인 줄 알았다. 이미 축축히 젖어 무거워진 마음을 정리할 자신도 없으면서, 계산기만 두드려 상대 마음에 상처를 줬다. 헤어질 용기도 없으면서 헤어져주길 바랬던 것이다. 용기의 반대말을 회피라고 정의하고싶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이성과 합리라는 말 뒤에 숨지 않고 더 사랑하는데 용기를 내고 싶다. 사랑이라는 건 원래 앞뒤를 알 수 없는 비 논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니까. 사랑이라는 건 원래 비합리적이니까.



사진 : 모던스탁

 https://instagram.com/moder_n.stock


글 : 어보경

https://instagram.com/hoony_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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