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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보경 Jun 21. 2023

내게 너무 이른 서른

내가 바래서 서른이 된 것도 아닌데


공자는 말했다. 사람이 서른 살이 되면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그걸 두 글자로 줄여서 이립(而立)이라고 표현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지금 서른 다섯이다. 정확히 30대의 중간. 30대의 절반을 살았고, 나머지 반 만큼을 더 살아야한다. 생각해본다. 지금 나는 확고한 삶의 기준이 있는가 그리고 30대가 다 가기 전에 확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를. 사실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어찌저찌 삶의 파도에 쓸려 살아지는데로 살아왔고, 앞으로 다가 올 미래에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혹자는 30대에 치열하게 살고, 많은 것을 이루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늘어지게 잠을 자고 일어나 회사에 출근한 뒤, 보고서 몇 장을 제출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은 것 외엔 이룬 것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잘 못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이 어른이 되어야한다면, 모든 사람이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성공을 위한 삶을 살아야만 한다면, 재미없는 세상이거나 전쟁으로 가득한 세상일 것이다. 지금 현재 그런 세상이 오지 않았다는 건 나와 같이 아무런 생각없이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방증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내면은 그대로인데 몸만 늙어가는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눈을 감았다 뜨면 점심시간을 알리는 고등학교 종소리가 울릴 것만 같은데, 현실은 회사 사무실 모니터 앞이다. 뽀로로도 아닌 주제에 노는게 제일 좋다. 삶의 목표는 건강과 행복이고, 성공은 이것저것 하다보면 언젠가 얻어 걸리겠지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탱자탱자 놀기만 하는 건 아니다. 월급 받는 인간으로서 도리는 지켜야하기 때문에, 밥값은 하고 논다. 철이 덜 들었나 싶기도 하지만 꼭 철이 들어야하나 하는 마음도 있다.

어쨌든 사회적 기준에서 30대가 ‘어른’ 이라는 건 확실한 듯 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어른을 아버지라고 한다면, 나는 아직 어른이 되긴 글렀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30대를 오롯이 가족을 위해 보냈다. 하고싶은 것을 참아야했고 고통을 견뎌야했다. 그러기엔 나는 취미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세상에는 재밌는 것 투성이라 한 가지만 꾸준히 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아버지가 옳은 걸까? 내가 틀린 걸까? 솔직히 정답은 모르겠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삶을 살았고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는거니까. 여하튼 서른 다섯의 지금 나는 하루하루 불안하지만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고 있다. (불안과 즐거움이 공존한다는 말이 이상할 수 있는데, 불안해도 술은 넘어가고 웃음은 나온다.) 그럼 된 것 아닌가?


아무튼 생각보다 일찍 서른이 찾아왔다. 사실 서른이 별거냐, 내가 바래서 서른이 된 것도 아닌데,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숙제 같은 삶까지 짊어지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래서 외쳐본다.

“그래, 나 서른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사진 : 모던스탁

 https://instagram.com/moder_n.stock


글 : 어보경

https://instagram.com/hoony_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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