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매트가 차꾸의 완성
차판 한 번 안 쓰고 예쁘게 꾸며보겠다는 이 글에서 이어지는 글이다.
이 모든 것이 찻자리에 예쁜 티매트 하나 깔아보자고 시작한 일이다. 차석 茶席 으로 검색하면 또 다양한 가격의 다양한 매트가 나오고 이걸 잘 믹스앤 매치해줘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사실 패브릭 제품은 흔히 우리가 인터넷에서 옷을 사며 그렇듯 화면에 비친 모습과 실물이 애매하게 다를 각오를 늘 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천년의 고민과 각오를 하고 샀다. 일단 뒤에 백으로 깔 어두운 색상의 단색 매트(방수)와 양면 무늬로 된 매트를 하나 샀다. 가격은 각각 100위안 언저리인데도 고민만은 엄청 했다. 한 2미터 정도로 긴 걸 사야 어떤 테이블이든 풀 사이즈로 쓸 수 있는데, 양면 무늬로 된 건 그렇게 사면 꽤 비싸다. 이렇게 온 것들과 타이중의 자만당에서 사은품으로 준 비치는 매트와 레이어드도 애써 해 보았다. 옷도 귀찮다고 레이어드 해서 안 입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여전히 물은 많이 튀지만 치울 때 찻수건으로 꾹꾹 눌러닦아주면 된다. 특히 이렇게 하면 방수포와 망사포는 따로 말리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았고(아님 어쩔…) 무늬로 된 일반 천 티 매트는 좀 말려주기도 하고 좀 쓰다가 손빨래도 해주고 그래야 하는 것 같다. 찻수건은 처음 빨았을 때 물이 엄청 많이 빠졌더라서 먼 훗날을 생각하며 약간 긴장하고 있다.
왠지 이러다가 귀찮다고 차판으로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드는 구성이다. 일단 찻자리 정리할 때 다구를 한쪽 바깥으로 정리한 뒤 천부터 걷어서 말아야 하고 막 난리가 아니었다. 진정한 다도의 길은 역시 쉽지 않은 것.
서양 홍차 마시던 시절부터 잔만 내 예산을 다하여… 사고 나머지는 적당한 소모품 저렴이를 애용하는 편이지만 티 매트를 깔고 나니 허접한 물건은 너무 허접해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결국 비싸지 않지만 호승과 깔맞춤한 개치 두 종류를 샀다. 왼쪽이 차호(다관) 뚜껑용, 오른쪽이 개완뚜껑용이다. 차 거름망도 걍 저렴한 스뎅 사서 쓰는데 나무 차판이었을 땐 튀지 않았던 것들이 뭔가 영 없어보여! 이렇게 장비병은 늘어만 가고…. 이렇게 티매트 깔고 호승 쓰고 하는 게 타오바오에서는 신중식이라고 부르는 요즘 생긴 찻자리 꾸미기 방식이라고 한다. 더 비싼 걸 많이 사라는 차구 제조 업체의 음모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약간.. 진지하게 해보았다.
사실 우리집에 있는 건 영락없는 서양식 식탁이라서 다탁이 좀 어색할 때가 있었고 혹시 나도 이런거 깔면 이런 분위기 되나 ㅋㅋ 해서 츄라이해봤지만 이렇게 예쁜 것만 미니멀하게 놓기엔 내가 너무 우리동네 흘림대장이었던 것이다. 개완이나 차호에 전기포트의 물을 부으면서 엄청 튀고 그걸 또 공도배로 옮겨부으며 흘리고 다구 덥힌 물을 작은 구멍에 급하게 붓다가 일시적으로 넘쳐 흘리기도 한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깔끔하게 하긴 이미 글른 것 같다.
그래도 꾸미는 데 다양한 배리에이션이 생긴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사무실 출근을 하는 새 일터에 나가게 되었기 때문에 얼마나 이 푸닥거리를 할 지는 알 수 없지만, 매몰되기 좋은 일을 할 수록 신경을 안정시키는 활동도 최대한 쉬지 않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