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혜림 Aug 04. 2022

식물보다 화분이 비싸진 시대 - 토분이 뭐길래

요즘 식물은 첫째도 둘째도 통기성을 원한다

어른이가 되고나서 최근 몇 년 안에 식물에 입문한 사람이라면 모두 요즘 화분 가격 및 토분 트렌드에 놀라지 않을까 싶다. 나도 아산 세계꽃식물원의 식물 판매장에서 그, 토분이라는 것을 처음 봤다.


토분의 시대

내가 알던 화분은 대부분 색색깔의 플라스틱이나 도자기 화분이었는데, 요즘 화분은 이런 걸 써야 한다나. 화분 판매대를 보니 확실히 토분 코너가 7이면 나머지는 3느낌이라 깜짝 놀랐다.

나름 분위기가 있긴 하다.

박물관에서 봤던 선사시대 빗살무늬토기 재질처럼 생겨갖고, 윗지름이 15cm인 15호 화분이 5천원이었다. 그것도 “이태리 토분이 5천원이면 엄청 싼 거예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날 내가 처음 산 식물은 하나 빼면 모두 3천원대 식물이었다.


요는 차를 보관하는 자사통처럼 화분 표면을 통해 숨을 쉬고 물을 증발시키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나같이 식물을 사고 존재를 잊어버리지 않는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보통 물을 자주 주다 화분 안에 오랫동안 물이 고여서 썩어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들어보니 화분이 더럽게 무거운데, 그래도 알록달록한 플라스틱보다 흙톤으로 통일된 토분이 식물들의 초록색과도, 옹기종기 모아 보는 게 예쁘다는 장점은 있는 것 같다.


대체로 브랜드 가치가 높은 토분 > 이태리 토분 > 독일 토분 > 기타 토분 순으로 가격이 형성되더라. 대체로 통기성이나 내구성, 심미성을 기준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것 같다. 나는 식물을 죽이는 게 너무 무서워서 3월에 처음 산 식물들은 모두 토분을 매장에서 사서 분갈이를 부탁했었다. 약간의 비용(개당 3천원 이하)과 화분값을 지불하면 적절한 크기의 화분과 적절한 흙에 구매한 식물을 다시 심어주는 서비스를 해주는 곳이 많다. 화원에 파는 식물에 기본으로 들어있는 얇은 플라스틱 화분도 대체로 화분의 역할을 하지만, 통기성, 내구성 면에서 떨어진다. 요즘 식집사들이 선호하는 식물들이 과습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 예전보다 토분으로 분갈이해주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10센티 이상 지름의 흙에 담길 경우 받게 되는 모종 기본화분에서 잘 자라는 경우도 있지만 과습으로 죽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가지치기한 식물까지 비싼 토분을 사기 애매했었는데, 요즘은 하도 토분을 많이 쓰다 보니 이마트나 다이소에서도 토분을 낸다. 그리고 10-12호 기준 2-3천원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이마트 토분은 한 번 사봤는데, 다이소 토분은 물량이 없는지 딱 한 번 구경만 해봤다. 정글화된 벵갈고무나무 가지를 잘라 물에서 뿌리를 내려준 뒤 심었더니 새순이 잘 나는 걸 봐서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마트 토분에 옮겨심은 벵갈고무나무 가지.

토분에 심은 화분에 물을 주니, 처음에는 샤워기를 쓰지 않을 때라 생수병에 담아 졸졸졸 물을 줬더니 토분도 물에 젖어서 색깔이 변했다. 오, 이게 숨쉰다는 건가… (식초보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무겁고 비싼 토분이 힘들다면 슬릿분으로

하지만 토분을 들고다니기 힘들고, 플랜테리어니 거실정원이니 하려면 꽤 많은 식물을 키우게 된다. 따라서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에 통기성을 높인 디자인의 슬릿분이라는 화분을 더 선호한다는 사람들도 많다. 플라스틱 화분의 옆면과 밑면에 통기가 잘 되고 뿌리가 여기저기 잘 뻗도록 특정한 디자인으로 구멍을 뚫어놓은 것이다. 다이소 플라스틱 화분보다는 비싸지만, 토분보다는 훨씬 싸다. 15호 화분 기준으로 토분이 5천원 넘으면, 가격이 다른 것보다 약간 비싼 투명 슬릿분도 1500원 아래니까.

식물을 많이 키우는 사람들은 하얀색은 물때가 낀다고 초록색을 많이 선호하던데, 나는 분갈이를 아직 잘 못하는 편이라 반투명 플라스틱 슬릿분을 몇 개 사서 써봤다. 직관적으로 뿌리가 도는 상태와 흙의 습도를 알 수 있어 자신의 솜씨와 방법에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적합한 것 같다.

투명 슬릿분에 심은 벵갈이… 벵갈이만 자꾸 나오는 것은 기분탓은 아닙니다.
뿌리가 잘 자라나니 안심이로구나.

화분을 이용하다보면 화분 물받이 역할을 받침도 필요한데, 토분 받침은 그것만으로도 3천원이 넘는다. 식물보다 받침대가 비싼 시대가 오다니…. 내 경우 큰 식물이나 처음에 완제품으로 받침까지 세트였던 경우를 제외하면 다이소 같은 데서 파는 500원짜리 플라스틱 받침대를 쓰고 있다. 급할 땐 코렐 접시도 막 튀어나오고 (…)

예전에 어르신들이나 어머니들이 집 안에 식물 몇 가지 놓고 키울 때와 요즘의 “반려식물” 문화는 많이 달라졌다. 모든 것이 특별한 식물로 나의 특별한 공간을 꾸미고자하는 욕망에서 온 유행과 컬쳐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 식물 초보만 몰랐던 화분 치수 기준

보통 화분 크기를 말할 때  10호, 12호, 15호 등으로 말하는데 화분 윗부분의 지름을 뜻한다는 것을 실제로 재보고 알았다. 초보자가 식물을 시도해볼 때 보통 아주 큰 걸 사게 되지는 않으므로 보통 10-15호 정도 크기의 식물을 사게 된다.

기본 모종 기준으로 10호가 보통 관엽식물을 판매할 때 가장 작은 크기(소품이라 지칭한다)이고, 15호부터는 중간 사이즈가 된다(중품이라 지칭한다). 또 적절한 크기의 화분을 문의해 약간의 추가금(1-3천원정도)을 드리고 분갈이를 요청할 경우, 보통 작은 사이즈 모종은 12-15호 화분에 하고, 15호 이상이면 그보다 한두단계 사이즈 큰 화분에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화분의 아랫지름 길이는 화분 디자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화분받침은 실제로 재보고 사게 되는데, 대체로 8-11cm 정도 지름이면 사용에 문제가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히 사계절국의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려 하다니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