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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Aug 17. 2022

유튜브와 인스타의 그 식물들은 어디서 데려오나요

우리동네 꽃집엔 그런 거 없던데

확실히 옛날에 어머님들이 키우시던 화초들과 요즘 플랜테리어 한다는 식집사들이 키운다는 관엽식물 및 다육이는 좀 외모에서 결이 다르다. 하지만 3년간 죽이지 않은 히아신스를 내게 팔았던 동네 꽃집을 살펴보니 식당이나 가게에 있을 법한 금전수나 고무나무, 난을 팔지 하여튼 인터넷에서 봤던 이파리가 예쁜 그런 건 안 팔았다. 심지어 그 흔할 것 같은 몬스테라도 없었다. 그런 것들은 대체 어디서 사는 것인가? 동네에 희귀식물을 파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곳도 있었는데, 거긴 아프리카 사막식물 전문이고 너무 비싸서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식물을 사서 키우고 있다는 주변인에게 물어보니 오늘의집, 심폴 등의 오픈마켓에서 사거나 당근을 하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1. 양재동 꽃시장

그러나 어떻게! 살아있는 ! 안보고   있는가! 같은 생각을 하는 나는야 옛날사람. 그리하여 식초보는 씩씩하게도 서울인에게 가장 접근성이 좋은 양재동 꽃시장으로 가게  것이다.  꽃시장 건물 바깥에,  동의 비닐하우스가 있고 거기에서 관엽식물과  등을   있다. 규모가 작지 않고 동네 꽃집에 있는 것들과 요즘 식집사 트렌드를 너무 헤비하지 않게 아우른다. 다만 냉방이 없으므로 여름에 가면 정말 힘들다. 또, 희귀식물이라고  만한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카카오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화훼공판장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27 (양재동) http://kko.to/_o7tJZJY5

봄의 양재(왼쪽) 여름의 양재(오른쪽)

2. 서울 외곽의 전문 판매점(화훼단지 등)

양재보다 큰 대형 판매장들은 대부분 서울 외곽에 위치해 있다. 유명한 곳은 고양-파주 / 과천 / 용인 세 군데에 있는데 우리집에서는 다 대충 1시간 반-2시간 소요되는 애매한 거리를 가지고 있어 큰맘먹고 나가야 한다. 친구가 그쪽에 살고 있어 고양-파주권의 화훼농협 본점, 푸르다, 조인폴리아 세 군데에 가 봤다.


개인적으로는 농협이 제일 만족스러웠는데 일단 대부분의 하우스 형태 판매장과 달리 냉방이 되는 무인 판매장이라 반려로 할까말까 씹뜯맛즐 고찰해보며 영원한 고민을 해볼 수 있고, 깨끗한 상태의 다양한 식물들이 싸다. 다만 토분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었던 것 같고…


[카카오맵] 한국화훼농협 본점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로 362 (대화동) http://kko.to/vchsf9pTl

일산화훼농협. 소철 눈코입이 카와이하고도…

식물 관리 상태가 가장 좋은 곳은 일산의 푸르다였다. 대표님이 분재 전문가라 피어리스같은 나무들 수형이 정말 예쁘고 미니분재같은 것도 판다. 또 식테크에 최적화된(…) 희귀식물이 많은 편. 직접 제작한 토분도 괜찮은 가격에 팔고 있다. 식물 종 취향만 맞는다면 정말 천국이 될 수 있는 곳이랄까. 희귀식물 말고 일반 화분을 사고 나서 분갈이를 요청했더니 가위로 멋스럽게 즉석 가지치기를 해주셔서 갬덩했다…. 하지만 지금은 응애의 습격으로 흑흑.


[카카오맵] 푸르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로 178-94 (산황동) http://kko.to/YcnhGRQI8

깨끗하고 아름답게 정리된 수형과 싱싱함이 인상적이었던 푸르다와 선셍님의 작품 (오른쪽 아카시아)

조인폴리아는 한여름에 갔더니 사기가 두려울 정도로 식물 상태가 헤롱헤롱이었다. 하지만 식물 종류가 가장 많기 때문에 저건 저렇게 비싼데 미적으로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불행히도 내취향인 것이 있는가? 를 실물로 보고 가늠해보는 데는 나쁘지 않았다.


[카카오맵] 조인폴리아 파주농장

경기 파주시 월롱면 황소바위길 304 (월롱면 영태리) http://kko.to/WukUXMVAR

조인폴리아에 가면 잘생긴 고양이와 함께 수집가에게 인기있다는 다양한 희귀식물들이 그정도 가격을 내 지갑에서 빼줄만한지 생각해볼 수 있다.

3. 이마트, 이케아 등의 일반 대형 마트의 식물 코너

나름 동네 꽃집과 양재 꽃시장 사이 규모의 식물코너들을 운영하는 곳들이 있다. 다만 온라인 및 대형 마켓에 비해 식물들 상태가 좀 시들하고 비싼 점은 있다. 하지만 이마트는 토분이 저렴하니 거기서 가격 상쇄가 좀 된다고 보는 편.

이마트의 식물매장. 확실히 식물 기준으로 가격이 대형 화원의 1.5배라는 점은 있다.

4. 결국은… 온라인 오픈마켓

그래도 21세기에 가장 다양한 식물, 내가 원하는 품종에 원하는 사이즈의 식물이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은 온라인 마켓이다. 공산품이 아닌 식물이니 배송에 스트레스도 받고 복불복인 면이 있다. 운이 나쁘면 새 화분의 벌레를 모든 화분에 옮겨 고된 방제작업도 하고 식물도 죽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대형 식물 마켓을 돌다 보면 나름의 취향과 위시가 생기게 되는데, 현장에서는 시들시들해서 안 들고 왔다가 인터넷 배송 복불복에 걸어보게 되는 좀 이상한 욕망의 의사결정 같은 것을 하게도 된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정말 분갈이를 피할 수 없다. 일단 우리집에 적응하라고 일주일쯤 둬본 후, 복불복 상자를 여는 마음으로 화분을 엎어…..

처음으로 해본 인터넷 배송. 의외로 꼼꼼한 포장과 나쁘지 않은 상태를 경험할 수 있었다.

5. 미지의 당근마켓 및 지인나눔

식물은 복제가 쉽다. 그래서 필로덴드론이나 베고니아같은 희귀식물들을 잘게 잘라서 종이컵 사이즈 화분에 뿌리만 내린 정도 상태로 당근마켓 식물 카테고리에 올리는 사람이 많다.(보통 순화라는 단어를 쓰는데, 뿌리나 새 순이 난 상태여야 합법적으로 개인간 식물을 거래할 수 있다.) 희귀식물을 10만원 주고 사는 것보다는 싸지만 여러모로 리스크가 높은 방법이다. 나같은 똥손은 작은 개체는 죽이기 딱이기 때문이다. 또 각 가정에서 개인이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대한 확신이 별로 없다. 그래서 아직 당근에서 식물을 구해본 적은 없다.


희귀식물이 아니라면 마찬가지의 이유로 너무 개체가 많아진 식물들을 나누어주는 친구가 있을 수도 있다.(나도 벵갈 2,3,4호를 어디 나눠주고 싶었지만…) 나는 마오리소포라와 핑크프린세스, 마란타를 나눔받았고 나눠준 친구를 생각하며 안 죽이려고 안절부절 하고있다.(막상 고수인 친구는 엔간해서는 식물 안 죽는다고 코웃음을 ㅋㅋ)

우리집 업둥이즈 ㅎㅎ

어디에서 왔든 우리 가좍이야

식물이 ~테크 및 ~테리어적 분야가 되면서 어떤 것은 비싸게 연약한 개체가 오기도 하고 언제는 비싼 게 언제는 싸기도 하고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우리집에 오면 다 똑같은 화초가 된다. 분갈이를 해주고 죽나 안죽나 벌레 생기나 안생기나 노심초사하다가 새 순이 뿅 나면 당분간은 안 죽는구나 안심하며 초록이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게 된다. 적어도 우리집에 온 것이 불행은 아니어야겠지 하면서.

이마트에서 비실비실한 걸 사왔던 하트폰 고사리에 새순이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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