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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Oct 14. 2022

식물등은 필수템이지만 비싸다

실내식물들은 전기세를 먹고 자란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올 봄 식물을 시작하고 여름에 급발진 광인이 되어 결곡 45개의 식물을 안고 거실 월동을 하게 되었다. 장마철 개고생했던 호주식물들과 구근 상태인 히아신스 빼고는 전부 겨울에는 거실에 들여야 합니다 고갱님.


코시국이 되고 처음으로 집에서 났던 겨울이 생각난다. 조도가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고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전에 살던 집에 비해 하루종일 빛이 안 들고 어두우니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죽을 맛이었다. 반려인은 빛이 부족하다고 하니 우리집 밝잖아? 라고 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야, 오가닉 햇빛 이사람아! 실내 형광등이 아무리 밝아도 햇빛 샤워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몰랐으면 나도 좋겠다.


“아무튼, 식물” 류의 에세이를 읽다가 식물의 광합성을 도와준다는 식물등이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그런 게 있다면 우울하고 무기력한 사람에게 쬐어도 효과가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식물등을 처음 사자마자 한 일은 켜고 오후 다섯 시의 거실에 대자로 눕는 일이었다. 다들 이상한 사람 취급했지만 나름 진지했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니 식물등을 쬐고 있는 식물을 멍하니 바라보는 쪽이나 식물 때문에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쪽이 나 자신이 누워서 식물등을 쬐는 것보다 취약해질 겨울의 정신건강에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에는 나도 괴로울 정도로 빛이 부족해지는 걸 익히 아는 데다 플랜테리어 한다고 뒤늦게 이것저것 해보다 실패하고 나니, 8월 15일을 기점으로 슬슬 시작하게 된 월동준비의 메인은 식물등 설치였다. 그런데 잠깐, LED 전구니 바 LED니 하는 것이 이렇게 비싼 제품이었나? 보통 조명에서 갬성을 담당하는 스탠드나 갓이 비싸지 전구는 비싸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나마 요즘은 정육점풍 붉은 조명이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식물등이라고 해서 인간의 눈에 구별되게 티나는 색상이 아니다 보니, 일반 LED 광원으로 비싼 식물등을 대치하려는 시도 또한 꾸준히 있고 다 돈낭비 사기 돈지랄이라는 시각 또한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식물등은 일반 전구에 비해 식물의 광합성에 도움이 되는 파장을 강화한 것이고 ppfd라고 불리는 광합성 광량자속 밀도가 더 높다는데…! 아무튼 그건 잘 모르겠고 싸게 산다고 일반등 여러개 샀다가 효과가 없으면 낭패고 대다수 실내 가드너가 식물등의 생장 효과를 경험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한 스테디셀러를 골라보기로 했다.


필립스 식물등 PAR38 2개입 https://naver.me/xyjhE8et​ ​(49,600원 / 무료배송)

그래서 처음으로 하게 된 선택은 필립스 PAR38. 전구 타입 제품 중에서는 평균 아래의 가격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일출 일몰시간에 맞춰서 오래 튼다면 전기 제품으로서의 안정성 또한 무시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익히 알려진 문제는… 얘는 theLOVE게 무겁다는 거다.(전구 하나가 300g이 넘는다니 미친 거 아닌가?) 그래서 얘를 감당할 수 있는 스탠드가 거의 식집사들 사이에 짝꿍처럼 정해져 있었다. 이케아 스탠드 나부랭이를 쓰면 익은 벼처럼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한다. 검색하다 식물 카페 들어가보니 이걸 어떻게 하냐니까 스탠드에 식물 지지대를 묶어주라고 그래서 빵 터졌다. 다소 비싸고 거하지만 식물등 설치에는 스탠드 형태가 많이 애용되긴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사계절국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공간 내에서도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 같다.


샛별하우스 장스탠드 & 집게형 세트 https://naver.me/xsAuZWgm​ ​(63,700원)

집게형 스탠드(왼) 장스탠드(오) 의 필립스 전구핏. 전구가 워낙 커서 약간의 갓 이탈이 있지만 이 무게를 지탱해준다는 게 어디냐며

실제로 써보니 워낙 전구가 커서 스탠드갓이 전구 크기를 약간 커버하지 못하고, 장스탠드와 집게형의 색상이 미묘하게 달랐지만 300g이 넘는 전구를 훌륭히 지지해주시는 데 감사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식물등으로서의 효과도 나름 괜찮았는데, 진짜 30cm정도로 붙여 써보니 한동안 새 잎에 무늬가 없던 나타샤벤자민고무나무에 무늬가 생겨서 나름 인정하게 되었다.


식물이 좀 많아지게 되다보면 여러 층으로 구성된 전용 식물 선반을 두는 경우가 많다.(나같은 경우는 식물 선반으로 사용하고 있던 컴퓨터 보조책상 밑에도 식물을 놓게 되었다.)이 때는 햇빛이 덜 들어오니 상대적으로 인공 광원이 더 필요해진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식물등 3-40cm 밑으로 바로 쏘면 잎이 누렇게 타는 칼라데아를 많이 키우고 있어서 선반이 두개면 하나에만 달고 나머지는 대각선 밑이나 철망 밑으로 빛을 받게 하고 있다. 그래서 바형 식물등을 찾아보니 설치에 필요한 추가 노동량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LED 줄 원자재부터 사면 조금 싸지는 편이지만 초보자고 한두 줄 달 거라 완제품을 쓰고 싶었고 설치가 편리한 플랜터스의 제품이 낙점되었다. 비슷한 제품들 중 가장 비싼 편이지만, 컴퓨터 환풍팬 같은 형태의 팬을 함께 연결해 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3개월 간격으로 응애를 맞은 사람 나야나)


플랜터스 쿨화이트 식물등 1칸 (32,000원) https://naver.me/xkxXsmv4

플랜터스 온실용 식물등 1칸 (71,000원) https://naver.me/G6DwQgUK ​

식물등에도 굴광성을 보이는 걸 보니 이게 효과가 없진 않나 보다.

이제는 많이 커버린 귀여운 진저가 뒤쪽에 붙은 식물등 쪽으로 고개를 꺾은 모습
식물등을 석 달쯤 쬐어주니 꽃이 피었네?

이렇게 끝나는 줄 알았는데, 거실에 일부 식물들을 들여보니 생각보다도 빛이 잘 안들어왔고 추위를 더 견딜 수 있어서 바깥에 둔 식물들에 비해 생장 속도나 물이 마르는 속도가 느려졌다. 밖의 온도와 상관없이 거실에 들이는 순간 얘들은 겨울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식물선반 최상단의 천장에도 식물등을 달아 보기로 했다. 고정 설치할 수 있는 선 포함하면 이것도 약 5만원 정도. 아직 배송중.


히포 볼 램프 https://naver.me/xI2EbBeW​ ​(29,800원)

빛이 없는 상태에서 식물등은 몇 개의 식물을 커버할 수 있을까?

바형 식물등은 보통 이케아 레르베리 선반에 맞춰서 나왔기 때문에, 한칸당 60x40 정도의 단면적을 가진 공간의 식물을 커버할 수 있다. 지름 13cm 정도의 작은 화분 3-5개 정도.

전구형 식물등은 제품마다 다르지만 생각 외로 효과가 미치는 범위가 적다는 느낌이다. 지름 13cm 정도의 작은 화분이라면 최대 3개 정도, 좀 큰 화분이라면 1개 정도가 생장 효과를 낼 수 있는 범위 아닐까 싶다.

이것만은 오타쿠 아이템 같아 안사려고 했건만 ㅋㅋ

그래서 결국 식물등의 종착지는 여기인 것 같고…. 한두개 사게 될 것 같고….. 그렇다… 실내식물들은 농장 하우스와 가정집의 전기를 먹고 사는 것이었다. 자연광에 못 미치는 성능의 필수템 주제에 좀 비싼 것 같아 집 식물원이 이보다 더 커지면 일반 LED도 실험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인간이든 식물이든 추운 겨울 생존을 위한 비용이 높은 건 마찬가진가 싶기도 하고 조금은 복잡한 마음이 들지만 아마도 이번 겨울이 지나면 식물과 얼마나 살아갈 수 있을 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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