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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Jan 08. 2023

9. 칼라데아 퓨전화이트

식물의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순간

집에서 180일(반 년) 이상 살아남은 식물의 돌봄에 대해 기록합니다.

기본정보

학명 / 소속 - 마란타과 / Goeppertia lietzei 'White Fusion'

유통명(키워드) - 칼라데아 퓨전화이트

자생지 - 중남미, 브라질 열대우림에서 자생하는 칼라데아 알베르티를 개량한 원예품종


관리/돌봄 방법

난이도 - 어려움 (칼라데아 가운데 가장 요구 광량 및 습도를 맞춰주기 까다로움). 잎이 굉장히 얇아 사실상 수분 저장능력이 없기 때문. 응애도 잘 생기는 특성으로 인해 사실상 사계절국에서는 밀폐 온실을 요구함.

빛 - 반음지 (무늬종 특성상 다른 칼라데아보다 빛을 많이 요구하나 과하면 노랗게 탐)

물주기 - 흙의 1/3 지점이 말랐을 때 물이 화분 바깥으로 흘러나올 정도로 관수

흙배합 - 상토 50 : 배수용 알갱이(펄라이트 마사토 산야초 등…) 50

습도 - 높음 (70% 이상)

온도 - 18~23도 (39도에서도 별 이상 없었음)

최저온도 - 13도

성장속도 - 빠름


구매 정보

구매처 - 일산 푸르다

구매년월 - 2022년 7월

가격 - 10,000원(화분 별도)

분갈이 - 최초 구매처에 위탁(3,000원) / 이후 2회 (9월, 10월)

2022년 7월 / 2023년 1월

칼라데아 퓨전화이트는 한 때 비싼 몸값과 아름다운 외모로 많은 이들을 식물 덕후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으로, 그리고 관리하기 어렵고 응애가 잘 생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내가 드디어 결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알리자 드루이드 친구는 한참을 드릉드릉하다가 자신의 단골 화원에 데려갔다. 본격 식물을 파는 하우스형 가게는 처음 가서 모든 것이 새롭고 놀라웠지만, 이당시 내가 알던 식물지식은 웹툰 “크레이지 가드너”에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어떤 식물이 우리집 환경을 좋아하거나 취약한지 알 수 없었다. 만화에서도 퓨전화이트는 예쁘지만 까다로운 식물로 묘사되는데… 괜찮을까?

크레이지 가드너 2화, 칼라데아 퓨전화이트.

그렇게 천년의 고민 끝에 일산에서 모셔온 식물 네 가지 중 아주 작은 칼라데아 퓨전화이트가 포함되었다. 이당시는 이 식물이 귀했다가 막 싸지기 시작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잎도 몇 장 안 되는 아주 작은 개체였지만 만 원이면 저렴하다고 느껴졌다. 요즘은 만 원이면 잎도 더 크고 풍성한 걸 살 수 있다.(전반적으로 관엽식물 가격은 작년 봄 이후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모든 것이 물가상승하는 와중에 식물만은 이것도 싸고 저것도 싸다고 느껴질 정도로.) 설사 기르는 데 실패해도 학습 비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초보는 침을 꼴딱 넘겼다.

너무 예뻐!!!

집에 모셔오니 식물이 얼마나 예쁜지… 거의 매일 사진을 찍어댔다. 공중습도가 모자르면 잎 끝이 노랗게 마르는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우리집에서는 내내 예뻤다. 작년 여름의 밑도끝도 없는 아열대성 스콜이 내리는 이상성 기후 덕분에 정오 이후의 베란다 습도는 90%에 수렴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응애도 아카시아 나무를 미친듯이 퍼먹는 동안 바로 옆 퓨전화이트는 손도 안 댔다.


퓨전화이트가 우리집에서 잘 살 수 있으면 비슷한 종류의 다른 식물들도 괜찮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식물 수집이 시작되었으니 이 식물에서 본격 홈가드닝이 시작된 셈이다. 또 이 소중한 퓨전화이트쨩이 가을 이후로 탈까봐 간이 온실을 조성하게 되었고, 이 간이 온실 덕분에 습도에 민감한 다른 식물들도 케어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길러보니 이 식물은 예쁘게 기르기가 어려울 뿐, 생존은 잘 하는 튼튼한 식물이다. 또, 성장이 엄청 빠르다. 무슨 문제가 생기든 물만 주면 새 잎을 뽑아낸다. 이전의 환경적 문제로 상한 잎을 잘라 없애버려도 크게 티가 안 날 뿐더러, 세를 늘리는 데도 거의 방해가 되지 않는다.

뿌리도 가늘지만 뭉치가 크고 배수 좋은 흙에 물을 자주 주면 비료 없이도 빨리 자라는 편이다. 빨리 자라서 화분 물구멍 탈출만을 노리는 프로뿌탈러이기도 하다.

다만 이 “환경적 문제”라는 게 일반 식물에 비해, 심지어 좀 까탈스럽다고 알려진 다른 칼라데아에 비해서도 좀 더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일단 빛이 너무 많으면 노랗게 타고, 적으면 흰색 지분이 적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퓨화를 바형 식물등 밑 25cm정도 간격으로 두니 노랗게 타버렸으니 빛이 많으면 타는 것은 확실하다.

식물등 바로 밑에 뒀을 때 노랗게 화상입은 모습(좌) 겨울에 빛이 부족해 초록 지분이 대부분이 된 현재의 모습(우)
칼라데아 품종들은 교잡, 돌연변이 대량복제 등 원예용 개량을 많이 거쳐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칼라데아 퓨전화이트의 흰색 지분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카더라 이외의 정확한 정보가 없다. 퓨전화이트 자체가 돌연변이된 자생원종(칼라데아 알베르티)의 형질을 안정화시킨 뒤 많이 복제해 원예용으로 퍼뜨린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체로 이런 형태의 잎무늬 변종은 빛이 부족하면 엽록소를 많이 만들어 일해야 하기 때문에 잎이 초록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아예 원종의 녹색 이파리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게 우성이라서 환경 적응력도 좋고 세력 번식도 빠르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빨리 잘라줘야 한다고 한다.

퓨전그린이 된 퓨전화이트 (출처 https://m.dcinside.com/board/tree/452440)
아예 원종이 “칼라데아 퓨전그린”이라고 유통되기도 한다. 나는 마우이퀸 중품이라고 유통되는 것을 샀다. 얘도 잎이 초반에 많이 타지만 새 잎 나는 속도가 더 빠른 편.

한편 잎의 흰 무늬는 광합성을 잘 못하는 돌연변이 열성형질이라 흰색 잎만 잔뜩 나와도 죽게 된다.


칼라데아 자체가 브라질 열대우림의 큰 나무 밑에서 낮게 자라는 종류라, 안그래도 잎이 얇아 수분저장능력이 없는데 퓨전화이트는 돌연변이까지 생겨서 광합성 능력도 떨어지는 셈이다. 미관 이외의 기능이 거의 없으며 해충에 대한 면역력도 범칼라데아 중 가장 꽝인 게 당연하다. 다만 이런 문제들은 습도 80% 이상을 유지하는 밀폐온실에 넣으면 말끔히 해결된다. 습도가 어느 정도 이상 높아지면(90% 정도…)응애도 안 생긴다고 한다. 생명력은 강하지만, 예쁘게 키우려면 돈도 들고, 부지런해야 한다.


여러 종류를 길러본 바로, 칼라데아는 수입 검역 문제가 없고 수요만 적당히 있으면 가격이 비쌀 수 없다. 빛을 많이 요구하지 않고, 일반 가정과 달리 하우스 같은 곳에서는 습도를 맞춰주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식물을 상전으로 모셔줄 각오와, 꾸준한 부지런함만 있으면 된다.(사실 그것이 어렵다.)


아마 칼라데아 퓨전화이트를 기를 수 있다면, 모든 칼라데아 품종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또, 몬스테라와 필로덴드론과 안스리움들도 수월하게 기를 수 있게 된다. 나의 진짜 식물 입문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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