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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Feb 18. 2023

24. 오리발시계초

최고의 속전속결 식물 겸 뿌리탈출의 제왕

집에서 180일(반 년) 이상 살아남은 식물의 돌봄에 대해 기록합니다.

기본정보

학명 / 소속 - 시계초과 / Passiflora caerulea

유통명(키워드) - 오리발시계초

자생지 - 중남미 (아르헨티나, 브라질)


관리/돌봄 방법

난이도 - 어려움 (습도관리 필수, 성장이 빠르지만 하엽도 빠른 속전속결식물)

빛 - 반양지. 노지에서도 괜찮은 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햇빛을 좋아해서 빛을 잘 받으면 잎이 커지고 붉어진다. 볕이 잘 드는 창가 1열에서 가장 잘 자란다.

물주기 - 겉흙에 물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저면관수. 과습이라는 걸 모르는 너란 녀석…이지만 흙과 공기에 물이 마르는 순간 훅 가버릴 것이다.(따라서 토분 비추천)

흙배합 - 상토 50 : 배수용 알갱이(펄라이트 마사토 산야초 등…) 50

습도 - 높음 (70% 이상)

온도 - 20~30도

최저온도 - 15도

성장속도 - 습도와 빛 조건이 맞을 경우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빠름. 잎은 2-3일에 하나씩 만들고 10일에 한 번 정도 뿌리가 탈출했다.


구매 정보

구매처 - 당근마켓 개인 셀러

구매년월 - 2022년 8월

가격 - 10,000원(화분 별도)

분갈이 - 10회 이상(세기도 힘들다)

2022년 8월 말. 판매자가 얘 뿌리탈출해서 분갈이해주셔야 돼요.. 하면서 페트병에 밀폐해 담아주신 것이 시작이었다. 소주컵 사이즈의 화분에 담겨 있었고 9센티 삽목분으로 분업.
5일 뒤 뿌탈 및 분갈이
다시 10일 뒤 뿌탈 및 분갈이
2023년 2월. 한 번 리셋을 했다. 오리발이 아니라 공룡발이 되었으나 더 커진 식물들 때문에 약간의 빛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길러본 식물 중 가장 애를 먹인 녀석이다. 아무리 검색해도 한국에서 기르는 표준화된 방법이 없어 보였다. 아무리 분갈이를 해도 뿌리탈출을 하고, 분갈이를 멈추면 어느 순간 성장이 멈추는데다, 성장만큼 하엽이 빠르다. 일주일쯤 얼음이 되면, 잎의 절반 이상이 누렇게 떠있다. 군데군데 누렇게 뜬 잎은 그 뒤 3일쯤 지나면 저절로 떨어진다. 하엽 자체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 보니 성장이 오래 멈추면 생사를 장담하지 못할 뿐….


일단, 이 식물은 상당히 고습도를 요구한다. 실습에서 기르는 자체를 실패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빠른 성장속도 때문에 절대 한 달 이상 온실에 둘 수 있는 식물이 아니다. 데려올 때 처음부터 실습에 적응된 개체를 데려오는 것이 좋고, 높은 습도에서 자라던 개체라면 조금씩 실습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실습에 적응을 하게 해야 한다.


작년 여름부터의 우리집은 평균습도가 60% 밑으로 잘 안 내려갔기 때문인지, 실습에 이미 적응되었다는 목대 굵은 개체를 당근마켓을 통해 가져와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다행히 습도라는 관문은 넘을 수 있었다. 일단 내 경험적으로는, 이 식물의 생장이 지속되려면 다음과 같은 제법 어려운 조건이 필요하다.


1. 수분 가득한 공기 (최하 60% 이상)

2. 늘 마르지 않지만 배수가 좋아 질척하지는 않은 흙의 상태

3. 덩굴이 감을 수 있는 지지대

4. 빠르게 성장하는 뿌리를 촉촉한 흙이 모두 감싸 안을 수 있도록 부지런한… 분갈이….. 가 필요하다. 뿌리탈출이 심할 경우 어느 순간 성장을 뚝. 멈추기 때문에 알게 된다.(내 경우엔 그게 거의 5-10일에 한 번꼴이었다)

오리발시계초의 뿌리. 하도 뿌리가 구멍 밖으로 나와서 화분을 엎어보면 옆으로는 발달되지 않고 상하로만 길게 발달된다. 절대 과습이나 분갈이몸살을 앓는 일은 없었다.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성장보다 하엽이 빠르거나, 성장은 멈추고 하엽만 있는 사태를 맞이할 것이다. 결국 나도 석 달만에 그런 사태를 맞이하고 말았다. 다른 환경은 바뀐 것도 없고, 분갈이 몸살이라는 걸 한 적이 없는 식물이라 아마 뿌리 모양에 맞는 긴 화분을 찾아주겠답시고 물마름이 좋은 긴 꼬또 색상 토분에 심어준 것이 문제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어떤 이유든 생장점이 마르면 성장이 멈추고 죽는 것 같다. 흙이 말라서일 수도, 새순이 말라서일 수도, 새순 더 앞에 디디겠다고 뻗는 긴 덩굴이 말라서일 수도 있다.

오른쪽 사진은 왼쪽 사진 정도에서 약간 자란 뒤 생장을 멈춘지 약 1주일이 된 상태이다. 덩굴손이 말라있으며 가지 끝의 잎까지 누래졌다면 잘라서 새 생장점을 만들어줘야 한다.

의외로 부지런함만 있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 오리발시계초 번식법

오리발시계초는 기르는 방법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지만, 100% 성공이 보장된 번식법은 있는 특이한 식물이다.


1. 이파리가 붙은 마디마디를 다 자른다.

2. 수태를 30분쯤 물에 불린 다음 손으로 꾹 짠다.

3. 젖은 수태를 밀폐 플라스틱 통에 깔고, 자른 오리발 마디마디를 얹어준다.

4. 남은 수태를 이불처럼 가지에 덮어준다.

5. 밀폐된 고습도 상태를 2주 정도 유지해준다. 나같은 경우는 5일에 한번쯤 생각나면 분무하고 바로 다시 통을 닫아 주었다.

수태 번식법으로 무시무시하게 뿌리가 난 밀폐통의 모습. 그래. 니들 뿌리가 짱먹어라!!!

그럼 100%에 가까운 확률로 무시무시하게 뿌리가 난다. 이 상태의 오리발시계초를 구멍이 있는 작은 화분에 흙을 담아 심어준다. 나는 테이크아웃 커피컵, 집에 남은 플라스틱 1회용 소주컵 등의 바닥에 다이소 인두기(5천원)으로 구멍을 뚫어주었다. 처음엔 혹시나 해서 펄라이트로 배수층을 만들기도 했지만, 까먹고 상토 100%를 넣은 경우에도 잘 자라긴 했다. 복제된 개체는 적어도 첫 잎 두어개가 날 때까지는 습도가 높은 밀폐 온실 케어를 해주는 게 생존에 유리하다. 크기가 작을 때는 테이크아웃 커피잔으로도 온실을 만들어줄 수 있다. 물은 상시 저면관수를 유지해주었다.

흙으로 처음 심은 가지들은 밀폐 온실케어를 해 주는 편이 좋다. 플라스틱 커피컵, 소주컵, 배달 용기 등을 활용했다.
며칠이 지나면 뾰로롱 잎이 난다. 요 정도 크기일 때가 미모 리즈인데…
하지만 어떤 사이즈에서도 어, 왜 성장이 멈췄지 하고 들어보면 뿌탈인 것은 피할 수 없다.

열 몇번째인 걸까, 본체가 될 정도로 커진 녀석도 뿌리를 엎어보니 의외로 뿌리는 멀쩡해서 작은 플라스틱분으로 뿌리를 옮겨준 뒤 가지를 다 자른 상태로 기다렸더니 자른 끝에서도 다시 잎이 나기 시작했고… 나에게는 꽤 많은 오리발시계초 개체들이 남게 되었다.

사실 쫄보라 잎사귀를 다 자르진 못하고 하엽 상태로 간당간당하게 붙어만 있는 잎을 좀 남겨두었더니 그 위로 새순과 새 앞발이라고 부르는 덩굴.. 이 나기 시작했다.
다시 새 잎이 나기 시작한 본체(모주). 지지대가 꼭 있어야 덩굴로 새 순 날 자리를 찾으면서 자라는데 힘들어서 걍 뱅뱅 돌라고 리스 형태로 분재철사를 감아줬다.

일단 가장 상태가 좋은 두 개는 당근마켓으로 팔았다. 하난가 두 개는 초기에 온실케어를 안 해줘서 죽었다. 하나는 모주(?)가 된 원개체에 합쳐서 심어 주었고 빛이 안 들어서 빠르진 않지만 자기 가지를 타고 오르는 중이다. 가장 성장이 느린 두 개는 별도의 화분에 합쳐서 기르고 있고 이건 어떻게 할까 고민중이다. (얘도 옮겨심은 지 일주일만에 뿌탈했지만 너무 지쳐서 눈을 감았다.) 번식이 굉장히 잘 되고 성장도 빠른데 비해서 개체당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살아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데 너무 품이 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오리발 모양이 너무 귀여우니까, 완전 낚여서 익스트림 오리발 식집사가 되고 말았다. 리발이에 비하면 벵갈이는 완전 의젓한 양반이었지, 하며.

치간칫솔 뚜껑 지지대를 사용하는 리발이 2호(두 촉)

 +) 아, 그리고 비료를 의외로 좀 좋아한다….하지만 너무 빨리 자라서 안 주고 싶어질 것이다. 나한테 당근으로 파신 분은 어떻게 이걸 4년간 데리고 있었는지 진짜 의문이다.

++) 오리발시계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이 블로그 포스팅에서 볼 수 있다. https://m.blog.naver.com/rotui/222439275291

+++) 지금은 21센티 롱슬릿분에 심겨져 있는데, 아마 다음에 또 살아있으면서 성장 멈춤+뿌탈 콤보가 일어난다면 그때는 이 녀석을 2리터짜리 생수병에 심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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