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마시기보다 더 복잡한 농사의 세계
중화권 차에 입문했던 이야기를 쓸 때도 한 번 언급되었던 Notion이라는 문서 서비스가 있다.(대충 워드랑 엑셀이 합쳐져서 온라인 상태에서 편집이 예쁘게 가능한 툴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https://brunch.co.kr/@5ducks/13
아니나 다를까 식물도 그냥 한두개 키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고 나의 기억력이란 점점 풍화되어가고 있기에 식물에 대한 정보 관리가 필요했다. 내가 기르고 있는 식물들의 특성이 모두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식물 정보와 성장 기록을 전부 한 페이지(와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 관리하다가 이 툴이 데이터가 좀만 많아져도 모바일에서는 출력이 느리게 되는 바람에 현재는 물주기 기록과 화분 정보를 따로 관리하고 있다. 그리하여, 식물을 기록하는 notion 페이지는 차 시음 기록과 달리 약간 웹 서비스같기도 한 복잡한 구성을 갖추게 되었다. 차 기록 페이지와 달리 식물 페이지는 전체공개 및 자유 템플릿 복사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개인 정보가 제법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 시점의 내가 어떤 정보를 어떤 구조로 구성해놨는지에 대해서만 비교적 상세히 적어보려고 한다.
처음에 식물에 대한 기록을 시작했던 페이지로, 현재도 메인 데이터베이스 페이지로 사용하고 있다. 식물이 죽으면 항목을 쭉 끌어서 사망 시트로 보낸다.(늘 앞에 죽인 식물이 다음 식물을 살리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각 식물 항목 페이지 안에는 시간순으로 부정기적으로 찍은 사진이나 자유 메모가 들어가 있고, 답글로는 분갈이나 비료, 농약같은 특별한 처치를 했던 것을 기록하고 있다. 답글이 많은 식물일수록 나를 굉장히 애먹인(?)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14개의 댓글이 달린 오리발시계초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름은 주로 한국에 널리 알려진 유통명을 사용한다.
초반 3개월 정도 잘 관리해주면 식물이 집에서 버티기 수월해지므로, 기본적으로 이 속성 순으로 정렬해놓고 식물을 살피고 있다. 수식은 현재 날짜에서 구입일 사이의 기간을 일 단위로 계산하는 것을 사용한다.
dateBetween(now(), prop("구입일"), "days")
별도의 관계형 속성을 통해 물주기 db를 연결한 뒤 롤업 기능을 통해 불러오는 요소이다. (관계형 속성을 통해 db와 db가 연결되면 1번 db에 2번 db의 a값을 불러올 수 있으며 노션에서는 이를 롤업 기능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식물 분류학에서 사용하는 이름이다. 국제 표준이므로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가 마땅치 않을 때 구글링 찬스를 이용해볼 수 있다.
관계형 속성으로, 화분 데이터베이스의 한 항목으로 연결된다. 이 경우에는 특정 식물이 사용하는 화분 항목(예 : 데로마 19호 바소 꼬또)으로 연결할 수 있다.
식물의 자생지를 알면 집에서도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노력을 해볼 수는 있다. 그리고 집에 중남미 열대우림 식물이 잔뜩 있는데 지중해성 또는 호주 식물이 갑자기 예뻐보였을 때 충동적으로 사서 죽이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양지
반양지
반음지
음지
네 가지로 나뉘는데 진짜 음지를 좋아하는 식물은 없으므로 보통 해를 좋아한다 123단계 정도로 참고하고 있다. 우리집 환경에서는 어차피 창가 이외에는 답이 없다.
보통 (40-70%)
높음 (70% 이상)
식물이 생육할 수 있는 적정 온도를 적는다. 사실 겨울이 있는 사계절국에서는 적정 온도는 참고용이고 최저 온도가 중요하다.
최저온도가 월동 장소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새벽 온도가 최저온도보다 1-2도 높은 온도가 되었을 때 미리 베란다에서 거실로 들이는 편이다.
식물을 구입하거나, 배송이 온 날짜를 기록한다.
식물을 구입한 판매처를 적는다.
식물의 가격을 적는다. 완성품인 경우 함께 적.. 지만 식물이란 화분을 금방 탈출하는 녀석들이기에 결국은 인터넷 검색으로 식물과 화분의 가격을 분리하게 된다.
롤업 기능을 통해 화분 데이터베이스의 가격 요소를 불러온다.
배송비나 분갈이 비용이 발생했을 때 적는다.
앞 가격을 모두 더하는 수식을 사용한다.
참고할 만한 웹페이지 url이 있을 때 적어둔다.
흙에 둘러주면 해충의 유충을 없애준다는 바이러스 입제로, 식물을 들였을 때 또는 분갈이시 뿌려준다. 뿌리고 나서 바로 체크박스에 체크표시를 한다.
베란다
베란다에 있되 5도 이하일 경우 실내로 들임
거실
세 가지 케이스로 관리하고 있다.
응애 농약들은 1년에 두 번 이상 뿌리는 경우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해서 식물마다 뿌린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깍지벌레는 내성이 없다지만 혹시 모르니까….
응애 안녕
응애 까꿍
응애 지겹다…
작년의 베란다가 상당한 고온이어서 여름에 32도가 넘을 경우 실내로 들여야 하는 친구들을 체크해 주시하고 있다.
생각보다 분갈이와 화분 재활용을 자주 하게 되면서, 화분과 식물의 매치가 어렵게 되고 그래서 그때 저 화분을… 언제 어디서 얼마주고 샀더라… 이걸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되어 화분을 찾아 식물과 연결하면 식물에 사용하고 있는 금액이 자동으로 계산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식물을 살 때 집에 있는 화분 재고부터 고려할 수 있게끔, 분갈이시 사이즈 업에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브랜드 이름 입구지름(호수) 색상 순으로 사용한다. (예 - 데로마 바소 17호 꼬또)
갖고 있는 화분을 생산하는 회사 중, 절반 정도의 회사들이 화분에 담기는 흙 용량을 표기한다. 사실은 그게 제일 분갈이에 중요한 정보인데! 심지어 딱히 정확하지도 않다… 하지만 제조사피셜이니 적어는 두는 것으로.
내가 집에 재고로 가진 해당 화분의 갯수를 적어놓는다. 식물 페이지 연결된 수에 남은 갯수를 더해 자동으로 넣고 싶지만 그렇게는 안 되나보다.
반려식물 정보 및 기록 db와 연결되는 관계형 요소이다. 이 화분에 식재된 식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가진 화분 중 식물이 심겨져 있지 않은 화분의 갯수를 적는다.
개당 구매 가격을 적는다. 온라인에서 산 경우는 온라인 가격을, 오프라인에서 산 경우는 오프라인 가격으로 적는다.
가격 * 수량의 수식을 사용한다.
토분
슬릿분
플라스틱분
일본
이탈리아
독일
중국
베트남
대부분의 회사나 판매처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두께나 쉐잎 때문에 다소 부정확하긴 하지만 화분의 부피, 즉 흙이 들어가는 용량을 계산하기 위한 정보로 사용하고 있다.
a화분과 b화분의 용량을 비교하기 위한 것으로 화분을 크기별로 정렬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수식은 초등학교때 배운 원기둥 부피 수식(….) 을 수포자 머리로 생각해낸 꼼수로 쓰고 있는 것이라 정확하진 않다.
반지름 x 반지름 x 3.14 x 높이에서 윗지름-바닥지름을 반지름으로 한 부피를 제하는 방식이다.
(prop("윗지름 cm") / 2 * prop("윗지름 cm") / 2 * 3.14 * prop("높이 cm") - (prop("윗지름 cm") - prop("바닥지름 cm")) / 2 * (prop("윗지름 cm") - prop("바닥지름 cm")) / 2 * 3.14 * prop("높이 cm")) / 1000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구매처를 기록한다.
사실은 원래 있던 기본 정보 각 식물 항목 페이지 안에 달력 데이터베이스를 넣어 그 안에 물준날 페이지를 매번 만들어 물무룰물물~ 이러고 표시했었는데, 슬슬 식물이 늘어나니 로딩이나 걸리는 시간에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물주기만 따로 기록하는 데이터베이스를 파게 되었다. 히스토리를 다 남길 수 없는 데 아쉬움은 있으나, 이 서비스에서 할 수 있는 구현상의 한계로 물을 주고 나면 마지막 물준날 정보만 바꾸고 있다. (어차피 지난 물주기 주기를 크게 넘겨서 보진 않더라는 경험도 작용했다.)
기본 정보상의 이름과 동일한 것을 사용한다.
이 날짜를 기준으로 물을 준 지 얼마나 되었는지를 계산한다.
구입일에서 날짜 계산하는 것과 동일한 수식을 쓴다.
dateBetween(now(), prop("마지막 물준날"), "days")
표준 - 봄에서 가을까지는 되는대로 토양측정계를 푹 찔러보고 겉 3-4센티쯤 마르면 준다. / 겨울에 베란다 월동하는 식물들은 흙이 완전 마르면 종이컵 한 컵 정도만 준다.
저면관수 - 화분 밑에 물그릇을 받쳐놓고 식물이 알아서 물을 잡숫게 한다.
서스티 - 아묻따 서스티만 믿고 간다.(뿌리가 예민한 식물에 사용)
그 외 완전 말려서 준다, 표준 1.5배, 표준 2배, 매일 분무 등의 옵션을 사용한다.
휴면하는 구근 식물이나, 매일 분무해야 해서 날짜 계산이 의미없는 상태를 표시한다. 사실상 이 시트에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항목이므로 스크롤 맨 아래로 정렬하는 데 사용한다.
라고 하기에는 식물은 이미 스프레드시트로 관리하시는 더 위대하신 덕후들이 많으시니 이런 타입의 정보 기록 관리는 one of them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좋겠다. 데이터를 기록하고 정렬하는 일은 일이든 취미든 할 수 있는 역량? 범위? IT회사 용어로는 '케파(capacity)'라고 불리는 것이 있는데, 애니웨이 그런 걸 늘려준다. 식물을 더 많이 길러도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게 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의미이다. 아, 그런데 나는 디지털 디톡스 해야 하는데 왜 이러고 살고 있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누군가의 식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순간의 기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