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식물등, 장수램프를 3주간 써보았다
온갖 덕질(직업 포함)로 인생을 탕진한지 이십 몇 년째, 나만의 원칙(?)이 있다. “소모품에 많은 돈을 쓰지 말자.” 오디오 장비로 예를 들자면, 각 장비를 연결할 수 있는 케이블을 고급품 쓸 돈이면 차라리 스피커에 돈을 쓰는 것이다.(경험상 전원장치가 들어가지 않는 패시브 스피커의 수명은 진짜 긴 것 같다.)… 아…. 비유가 글러먹었다. 좀 더 남들이 할 것 같은 대중적인 취미를 생각해본다. 코덕이라면 굳이 화장솜을 초고급으로 쓰진 않을 것 아닌가.
하지만 식물 취미는 소모품 대잔치다. 일단 토분이나 인공 흙부터가 풀타임 수명을 다한다고 해도 1-2년이다. 식물 지지대는 또 어떤가? 하지만 사계절국에서 식물 취미에 드는 소모품 중 가장 비싼 것은 누가 뭐래도 식물등과 소켓(및 전원연결장치) 일 것이다. 이에 대한 글도 앞에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5ducks/60
LED 램프란 모름지기 한 2년쯤 쓰면 전구가 수명을 다하는데, 식물등 쪽 수명이 좀 더 길다 해봐야… 사람이 있든 없든 하루에 12시간씩 켜줘야 하니 켜는 시간도 좀 더 길다. 사이즈도 크고 못생겨서 식물에게 말고는 쓸데도 없고 아주 길지는 않은 수명이 다하면 교체해줘야 하니 소모품 맞는데, 소모품 치고는 너무 비싸다. 실제로 여러 브랜드의 식물등을 사용해보니, 대부분 빛이 잘 안 드는 곳에서도 식물 생장 자체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커버하는 영역이 좁다. 전구형 식물등을 산다면 가장 싸게 산다고 해도 4-5만원은 든다. 하지만 그걸로 커버할 수 있는 식물은 최대 세 개다. 빛이 전혀 안 드는 실내에서 식물을 기르고 싶다면, 식물 하나당 최소 2만원이 있어야 빛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것이다. 억울하다 억울해!! 한국의 희귀식물 매니아 컬쳐가 선반에 일자로 붙일 수 있는 바형 식물등에 열 댓개쯤 유묘를 놓고 기르는 쪽으로 형성된 데는 이쪽 영향도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초보가 이거 따라하면 식물 다~~~ 죽어요. 절대 따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식물등이 아닌 일반 LED등도 식물의 생장에 효과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식물등이라는 것은 전구를 아주 크고 무겁게 만드는 그 장치를 통해 식물 생장에 도움이 되는 파장을 엄선하기 때문에 식물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ppfd, 즉 광합성에 도움이 되는 광입자를 많이 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일반인이 느끼기로는… 식물등은 일반 LED등보다 출력 및 소모전력이 높다. 일반 전구는 8w 정도지 않아? 하지만 일단 쓸만하다는 식물등은 15w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럼 출력이 높고 비슷한 형태로 집중형으로 쏴주는 일반 전구를 알아보자!
… 라는 생각을 당연히 나만 한 것은 아니고, 식물 커뮤니티에서도 알음알음 일반 전구 중 식물등 노릇을 유사하게 할 수 있다는 장수램프 제품이 공유되고 있었다.
장수램프 15w LED 집중형 par30 e26 https://naver.me/578Tmc0d
15W LED 집중형 26베이스 LED램프 PAR30: 네이버 쇼핑
msearch.shopping.naver.com
소켓 규격, 소모 전력, 집중형으로 빛을 쏠 수 있는 디자인, 빛퍼짐 각도까지 식물등으로 유통되는 대부분의 제품과 조건이 비슷하다. 다만 식물을 위한 램프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가격이 쌀 뿐이다.
세상에… 10분의 1이야. 너무 갬덩적. 그리고 전구색 백색 중간색 다 선택할 수 있어!!!! 식물등 및 장치에 30만원을 탕진하다보면 별거에 다 감동하게 된다. 사실 일반 램프면 스탠드도 싼 거 써도 되잖아? 단차가 있는 데 둘 거니까 13,000원짜리 단스탠드를 결제했다. 와… 다 합해서 만 오천원대?!
마켓비 TEMPAT 미니 단스탠드 E26 KS2346T
https://m.marketb.kr/product/detail.html?product_no=27775&cate_no=626&display_group=1
일단 한 3주쯤 켜본 바로는,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거실 안쪽에서 그럭저럭 생장에 기능하는 것으로 보인다. 식물등이 아니어도 15w 전구라고 사이즈가 제법 커서 스탠드에 갓은 끼울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필립스 식물등 절반 사이즈쯤밖에 안된다. 아 깃털같다. 아 쁘띠해!!!!!
이녀석은 내가 직접 일어날 때 켜고 잘 때 끄고 있다. 타이머를 설정할 수 있는 스마트컨센트도 개당 다 돈인데, 배선상 한꺼번에 컨트롤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서 그렇다.
드라세나 마지나타 홀로 있다가, 안쪽에서 새순이 나는 것을 확인하고 두 개의 식물을 더 들였다. 아글라오네마도 새 잎이 잘 나고, 필로덴드론 실버스워드도 열심히 생장 활동을 하는 것을 봐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써보고 나니, 가격 대비 기대에는 충족하는 것 같다. 나의 기대치는 30-50cm의 거리에서, 식물이 빛에 타거나 빛 부족으로 마르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생장을 한다면 ok였다. 저가 제품이니 발열은 어느 정도 있는데, 전구에 직접 대면 손이 따뜻해지는 정도라 나쁘지 않았다. 식물 전용등과의 비교는… 같은 조건에서의 비교 실험을 하지 않았으니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햇빛+식물등이나 식물등only보다는 성장속도가 약간 느린 것 같다. 나는 겨울에 식물존에서 밀려난 식물들이 죽지 않길 원했으므로 충분히 만족했다.
다만 나는 이런 식물들엔 쓰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식물들에는 빛의 질이나 최적화된 거리가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늬 식물 (바리에가타) - 몬스테라 알보 등
고가의 예민한 식물 - 안스리움 등
유묘, 삽수 등 작고 연약한 상태의 식물
칼라데아류 (빛을 많이 받으면 탈 수 있음)
다른 식물등 짱짱한데 6개월도 안 가서 망가지고 이러면 또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일단은 생각 외로 쓸만한 것 같아서 추후 어딘가에서 비용절감이 필요하다면 재구매 의사도 있다.
참고로 바형 식물등에서 비슷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제품으로는 T5라는 것이 있다. 언젠가는 이 제품도 테스트하게 될 것인가! 는 잘 모르겠다. 바형 식물등은 선반 위쪽에 설치하게 되는 특성상 키가 큰 식물은 커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식물등 살 돈을 아껴서 식물이들을 더 사자!라는 오타쿠적 결론이다. (이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