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녹차 3년차 경험치로 생긴 토종 한국인의 취향 소개
여기에 종종 중국녹차 마시는 얘기를 올렸더니, 댓글로 도대체 중국의 녹차는 언제 사는 것이냐 질문을 주신 분이 있었다. 댓글 확인도 늦었고 브런치 댓글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늦어서 도달했을 지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 바로지금!! 부터 사실 때입니다. 녹차는 신선식품이라서 바로 마시는 게 제일 맛있고, 1-2년 지나면 낙엽 취급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그래서 9~10월부터는 당해 녹차를 세일하기 시작한다. 녹차가 근본적으로 그렇게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싸게 마셔보려면 9월 이후 사서 마셔보는 것도 괜찮겠다.)
중국의 경우 3월 하순 경부터 청명절(4월 5일) 전에 잎을 채집해서 만든 녹차가 나오기 시작한다. 원래 한국에서는 믿을 만한 중국산 녹차를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는데, 재작년부터 정산당이 직배송하는 방식으로 한국 고객에게도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이런저런 녹차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판매는 자체몰과 국내 플랫폼 지마켓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해외결제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지마켓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나는 한국인으로서는 차 헤비 유저라 주로 자체몰에서 구매하는 편이다.)
중국의 녹차는 품종 및 기후, 토질 등의 특성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의 녹차와는 다른 맛이 있고 몇 가지 차들을 제법 좋아하게 되어서 3년째 구매하고 있다. 적은 양으로 소분판매를 많이 하고 있어서 다양한 종류의 차들을 조금씩 구매해서 마셔본 뒤 내 취향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홍차는 기존에 한국사람들이 즐겨마시던 비교군 차에 비해 비싸지만, 녹차는 한국이나 일본 차와 비교하면 되니까 상대적으로 그렇게까지는… 비싸지 않은 느낌이라 조금 더 자신있게 권해볼 수 있다.
다만 중국 대륙은 땅이 넓어서 필연적으로 수많은 종류의 차를 취급하게 되고, 기존에 녹차 소비가 많지 않았던 한국인 입장으로는 많은 종류에 오히려 혼란스러워지는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대륙인들은 땅이 넓으니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차를 주로 마신다곤 하더라.) 그래서 개인적인 취향에 맞아서 올해도 재구매하는 차들을 몇 가지 소개해보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녹차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있어 외국의 녹차를 구입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다. 한 번에 150달러를 넘지 않게 구매해야 500% 관세를 내느니 그냥 버려주세요 하는 사태를 면할 수 있다는 주의사항도 노파심에서 미리 써본다. 녹차가 차들 중 가장 농산품에 가깝기 때문에, 작년엔 운이 나쁘면 검역 절차를 밟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공무원 여러분이 해달라는 대로 하면 되긴 하지만 일정 지연은 피하기 어렵다.) 해외에서 오는 제품인 만큼 좀 더 넉넉하게 기한을 잡고 구매한다면 마음이 좀 더 편할 것이다.
가격 상
향미 상
추천 개완에 중투법
중국에서 제일 유명하고 인기있다 못해 한국에까지 가장 유명한 중국 녹차가 서호용정이다. 그럼에도 딱 하나만 사야 한다면 서호용정. 여린 듯 그윽한 맑은 맛이 일품이다. 옛날 사람들의 선비니 신선이니 하는 심상이 어디에서 나왔는 지 짐작해볼 수 있다.
가격 중
향미 중상
추천 차호에 계속 뜨거운 물 부어가며 우려 마시기
중국에서 유명한 녹차들은 여리고 맑은 맛 위주라 맵고 짠 한국인의 식후 차로는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입에 남은 매운맛 및 마늘향에 가려 차 맛이 아예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는 약간 달고 진한 계통의 감칠맛이 팍 올라오는 스타일이라 완전 매운 떡볶이나 김치찌개 먹고도 오케이다.
가격 중
향미 상
추천 개완에 중투법
풀이 아니라 어린 콩을 삶은 듯한 맛과 향이 지배적인 여리고 맑은 계통의 전형적인 중국 녹차들 가운데 가장 산뜻한 향과 맛을 가졌다. 마시다보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가장 재고가 빨리 떨어지기도.(녹차 파우더도 이 차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가격 중
향미 상
추천 유리컵에 상투법, 2시간 냉침
여리여리한 솜털이 다 떨어지지도 않은 새순을 따서 만든 녹차로, 목넘김이 마치 단 이슬과 같다 하여 감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차를 우리고 나면 찻물 위에 솜털이 동동 뜨며, 진짜 이름만큼 달고 맑으면서도 복합적인 맛이 폭발적인 맛에 여리고 풋풋한 듯 구수한 콩.. 아니 녹두물… 같은 향이 있다. 2시간 정도 찬물에 냉침하면 약간 톡 쏘는 듯한 과일향 같은 질감이 입혀진다. 작년 및 재작년에 가격 대비 맛이 좋았던 차다.
가격 중하
향미 중상
추천 유리컵에 하투법, 2시간 냉침
말린 나물 같은 재미있는 외모와 비교적 익숙한 한국 녹차 비슷한 맛을 가졌다. 대부분의 중국 녹차들은 풀보다는 어린 콩이나 녹두 같은 느낌의 향인데, 혼자서 그래도 나는 풀이다!! 를 주장하고 있다. 그래도 떫은 맛이 없고 상쾌하다. 청명절(4월 5일)이전 차를 최고로 치는 다른 차들보다 통상 다소 늦게 나오며(4월 말~5월 초), 보관기한도 다른 차들에 비해 1년 6개월로 긴 편.
중국 녹차 우림법은 https://brunch.co.kr/@5ducks/6 의 녹차 파트에 자세히 적어두었으니 그쪽을 참고해 두면 좋겠다.
녹차 냉침에 관해서는 https://brunch.co.kr/@5ducks/46 이 글을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