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육아를 경험하는 아빠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
병원 신생아실 앞에서 알콩이와 달콩이(쌍둥이 태명)를 기다리며 눈물이 그렁그렁했던 게 까마득한 옛날 일 같다. 신생아실 앞에서 드디어 만났던 핏덩이 두 아기가 어느덧 36개월을 지나 지금은 엄마아빠를 외치며 집안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만 3년의 시간 동안 두 아기를 어떻게 키웠을까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힘든 시간이었고 부딪히는 모든 일들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신생아 육아는 뭐가 그리 알 것도 많고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은지, 아기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육아용품들은 뭐가 그리 다양한지, 육아로 인해 늘어나는 집안일들은 왜 이렇게나 많은지 등 첫 아빠가 경험하는 육아는 온통 새로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할 것들 투성이었다. 새벽에 눈뜨자마자 시작해서 회사일 마치고 집에 들어와 밤잠이 들 때까지, 그리고 새벽에도 깨어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육아의 과정은 말 그대로 끝이 없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특히나 40대 후반의 나이에 첫아기로 쌍둥이를 키우는 것이 체력적으로 너무 고되고 힘든 일이었만 아기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행복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그러한 행복감이 있었기에 육아를 더 잘하고 싶은 의욕도 생기면서 틈틈이 유튜브와 육아 책 등을 보며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궁금한 점들을 해소해 갔지만, 항상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육아를 하기 위해 부부간에 역할분담은 어떻게 해야 하고 남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가 그동안 봐왔던 대부분의 육아 관련 서적이나 온라인 콘텐츠들은 부모와 아기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었다. 부모는 아기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정서적으로 안정되는지, 아기의 두뇌발달과 학습능력 발달을 위해 어떤 교육과 놀이가 필요한지 등 거의 모든 육아 관련 콘텐츠들은 그 대상이 아기였고 정작 육아를 수행하는 부부 자신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 육아라는 긴 여정에서 부부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이 돼야 부부 모두 육아과정에서의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육아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부부가 아기도 제대로 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의 대상인 아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육아의 주체인 부부가 서로 역할을 어떻게 나눠야 하고, 그러한 역할 수행을 위해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 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얘기되고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에 대한 콘텐츠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빠들이 육아의 큰 틀을 어떻게 짜야하는지, 하루하루의 육아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집안일은 내가 어디까지 맡아야 하는지, 아내가 힘들어하고 불평하는 것들에 대해 내가 무엇을 했어야 하는지, 육아를 하면서 부딪히는 부부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일일이 직접 부딪치면서 고민과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나와 비슷한 고민과 시행착오를 하고 있을 또는 하게 될 남편들을 위해 내가 겪었던 경험과 생각들 그리고 깨달음과 해결방안들을 공유함으로써 더 나은 아내와의 역할 정립과 더 큰 육아의 행복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글은 아기를 대상으로 한 육아, 즉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하고,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그 대신 부부의 육아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남편의 생각 변화가 왜 필요하고, 이러한 생각 변화 속에서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고,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글의 내용들은 쌍둥이 남매의 아빠이자 남편으로서 36개월 동안 아내와 육아를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내용이다. 아기를 키우는 상황은 저마다 다양하다. 나와 같이 첫 자녀로 쌍둥이를 키우는 가정도 있을 테고, 외둥이를 키우는 가정도 있을 테고, 형제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둘째나 셋째를 키우는 가정도 있을 것이다. 부부가 아기를 키우는 과정이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힘들고 덜 힘들 수는 있겠지만 육아가 본질적으로 가지는 육체적 고됨과 정신적 스트레스는 모든 상황의 육아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기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부간에 발생하는 의견 충돌이나 역할에 대한 갈등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글의 내용이 정답은 아니다.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적용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있을 것이고 가치관이나 생각들이 다른 부분들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부부의 관계, 육아의 상황, 개개인의 가치관 등으로 각자에게 맞는 해결책들이 존재하겠지만 이 글의 내용을 통해 출산과 육아를 앞둔 남편들이 공통적으로 어떤 고민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에 대해 참고하거나 또는 현재 겪고 있는 육아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글의 내용이 대부분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쓰였기 때문에 일부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육아가 더 이상 힘들기만 한 노동 또는 부부 한쪽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가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크나큰 행복을 느끼는 경험이라는 점을 깨닫고 실제 그 행복을 부부가 같이 실현하는 데 이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