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콩달콩대디 Apr 10. 2024

행복에 대한 가치관 정립

아기를 낳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볼 시간이 많아진다. 태어난 아기를 보며 처음 느끼는 내 아이에 대한 사랑과 행복감을 통해 행복에 대한 정의와 인생의 우선순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다양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기 때문이다. 행복한 인생이란 어떤 것인가? 내게 행복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목표로 한 것들과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이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가? 나의 행복과 우리 가족의 행복은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 먼 미래에 내가 인생을 마칠 때 내가 떠올리는 행복이란 어떤 것들일까? 등등 그동안 인생을 살면서 만들어진 나 자신의 행복관과 행복의 요인들이 자녀가 생기면서 큰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행복에 대한 인식은 연령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근거) 10대~20대에는 진학과 원하는 취업이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고, 30대~40대에는 성공적인 커리어와 경제적 성공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50대~60대 이상은 가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가족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이 되는 이유는 인생을 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직업이나 경제력 등의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요소들보다는 평생 내 곁에 있는 가족의 의미와 가치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유명인들이 삶을 마감할 때 인생에 있어서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것들에 대해 언급할 때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거나, 충분히 사랑을 나누지 못했다거나 하는 말을 했다는 글들을 접하곤 한다. 우리들이 얻기를 바라는 부와 명예 등을 모두 얻은 이들이 그것들을 얻기 위해 희생했을 가족의 가치에 대해 인생의 끝자락에 후회하는 모습은 더 높은 연봉을 얻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승진하기 위해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고 이를 스스로 정당화하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의 행복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잣대나 기준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우리의 부모님과 선배들의 인생들을 보면서 나 자신의 행복의 원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리들 각각의 삶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고 생각도 다르지만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이라는 공통의 경험과 감정을 가지는 인간이라는 사실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진학하고, 직장에 취직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 집을 장만하고, 은퇴를 하고 등 인생의 변화의 시기가 누구에게는 새로운 행복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행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인생의 변화의 시기에서의 행복이 누구와 함께 하는지, 어떠한 조건에서 겪게 되는지 등 외부적인 요인들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는 내가 어떤 생각으로 그러한 변화를 맞이하는지, 어떤 행동으로 변화의 상황을 대하는지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에서 개개인이 다른 수준의 행복을 느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는 행복의 원천이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나 자신에게서 유래하는 부분도 크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다양한 인생의 변화의 시기에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을 육아의 시기에 적용해 보면서 내가 그동안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앞으로 얘기해 보고자 한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정신 승리 같은 의미 없는 말장난 같기도 하다. 이 말에 대해 좀 더 쉽게 풀면 ‘불행한 사람은 지금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취직이 안되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본인이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고, 승진이 안 되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본인이 직장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얘기이다. 이러한 생각이 어찌 보면 자기 합리화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건강을 잃고, 직장을 잃게 되면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건강과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그러한 것들을 누리고 있던 자신이 실은 행복한 존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부질없는 얘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대상은 다르지만 나의 삶의 요소 중 하나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잃게 되는 상황이 되어서야 그것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특정 시점에서는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경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인생의 행복을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고 내 것으로 지키면서 사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단지 지금 상황에서 내게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것만이 아닌 내 전체 인생에서 내게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우선순위’, 즉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의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이때 ‘행복의 우선순위’에 있는 것들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단순히 내가 놓인 지금 상황에서만 유효한 행복의 요인이라면 그것들을 우선시함으로써 내 인생에서 지속 가능한 행복의 다른 요인들이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내 인생을 행복하기 살기 위해 돈이 가장 중요인지, 직장에서의 성공이 가장 중요한지, 내 가족과의 화목함이 가장 중요인지,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이 가장 중요한지 등에 대한 우선순위가 있어야 그에 따라 각각의 충돌하는 상황에서의 나의 선택의 의사결정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도 정해질 수 있다. 여기에서 나의 건강과 같은 근본적인 요인은 제외하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의 요인에 국한해서 생각해 보자. 물론 제외한다는 것이 덜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나의 건강은 나의 행복을 위한 0순위이기 때문에 거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요인 중에 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소중한 지는 그것을 잃었을 때 내가 얼마나 슬프고 마음이 아플 지에 대한 비교를 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일 행복의 우선순위가 가족이 아닌 돈이나 직장에서의 성공이라면 바로 이 책을 덮으시기 바란다. 이 책의 내용들은 내 인생에서 가족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행복의 원천인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존재가 나의 인생과 가족의 행복에 있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앞선 장에서 얘기해 보았다. 사실 육아에 대해 고민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거쳐야 할 큰 관문들을 별문제 없이 지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할 수 있었고, 임신할 수 있었고, 아기를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었고, 출산한 아이를 내가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문제없이 지나온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를 지나기 위해 수많은 어려움과 슬픔을 겪은 사람들도 있고 그 과정들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나도 늦은 나이에 어렵게 결혼을 하고 시험관시술을 통해 아기를 갖게 되었다. 비혼주의자가 아닌 나로서는 마흔을 넘은 나이가 되어서는 결혼할 사람을 만나지 못해 결국 결혼을 못하고 혼자 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내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까지 한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리고 결혼 후 아내와 아기를 갖자고 결정한 후에 자연 임신을 시도했으나 우리 부부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더 늦기 전에 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여 바로 시험관시술을 시도하게 되었다. 첫 번째 시술 결과가 나온 날 회사일로 내가 병원에 같이 못 가고 아내가 장모님과 같이 의사를 만나 결과를 듣고 내게 전화를 했는데, 핸드폰 너머로 아내가 울면서 임신이 안되었다는 얘기를 할 때 얼마나 아내가 안쓰럽고 내가 같이 병원에 못 간 것이 후회가 되었는지 모른다. 이때의 마음 아픈 경험으로 이후 아내가 임신기간 중 병원에 정기점검을 갈 때면 항상 휴가를 내고 동행하게 되었다. 첫 번째 시도가 안되고 세 번째 만에 아내가 착상에 성공하고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안 그래도 아내가 노산에 속하는 편이라 임신 후 조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쌍둥이라는 결과를 듣고 얼마나 더욱 조심을 하며 출산할 때까지 마음을 졸였는지... 출산일이 2~3개월 남은 시점에 아내가 배가 뭉쳐 새벽에 응급실에 가서 주말 동안 병실에 있을 때 또 얼마나 걱정이 되었는지… 쌍둥이가 태어날 때 산모와 아기들 모두 별 이상 없이 출산하기를 얼마나 기도했었는지… 다행히 귀여운 쌍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아내도 건강하게 퇴원을 하게 되어 얼마나 감사해했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제 때에 결혼하고 제 때에 아기 낳고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왜 나는 하나하나 이루어 가는 게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까 싶기도 했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나와 결혼한 아내와 태어난 아기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존재 자체로도 행복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일이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결혼을 하면서부터도 행복의 우선순위가 가족이 먼저였다. 아기가 태어난 후에 더욱더 그 우선순위가 명확해졌고 가족의 화목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나의 일과 경제적인 부분과 그 외 다른 부분들을 갈등 없이 추구할 수 있을까가 나의 고민이 되었다


행복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단순히 생각의 변화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생각의 변화와 함께 행동의 우선순위와 중심을 바꾸기 위함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아침에 지금 일어날까 좀 더 잘까? 회사출근하면서 커피를 살까 말까? 일을 시작하면서 어떤 일을 먼저 할까 말까?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이 일을 내일로 미룰까 말까? 오늘 퇴근 후 친구를 만날까 말까? 술자리에서 지금 나와 집을 갈까 말까? 등 하루에도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선택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고 그 선택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기준과 중요도에 따라 다르다. 행복에 대한 우선순위는 바로 이와 같은 일상에서의 사소한 결정의 순간뿐만 아니라 이직과 휴직과 같이 중대한 의사결정의 순간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에 대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본인의 행복의 가장 중요한 1순위는 가족의 화목함이라고 여기면서 실제 일상의 행동은 퇴근 후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지 않고 회사 동료나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주말에는 골프 등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아니면 승진과 회사에서의 성공을 위해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반복하거나 연봉이나 사회적인 지위는 높지만 근무시간이 많은 업종이나 회사에 종사한다면 그 사람의 실제 1순위는 가족의 화목함이 아닌 것이다. 행복의 우선순위는 바로 머릿속 생각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의해 결정이 되는 것이다. 아기가 아파서 급하게 병원에 가야 될 것 같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반차를 내고 집으로 달려간다거나, 또는 부득이 휴가를 절대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퇴근 후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서라도(상사의 욕을 감수하고라도) 집으로 향할 수 있어야 하고 회식이나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면 바로 모임에서 나와 집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또는 금요일 밤에 또는 토요일 새벽 갑자기 아기가 열이 나고 아프다면 외부 활동 약속을 취소하고 아기를 돌볼 수 있어야 하고(물론 주말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약속을 잡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친구의 술자리 연락을 받고도 아내의 독박 육아를 떠올리고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그동안 나를 위해 즐겨왔고 누려왔던 것들을 희생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육아는 불가능하다. 오늘 친구와 만나지 못한다고 해서 친구와의 우정에 금이 갈까? 회사에서 그 일을 오늘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 경력에 치명적이 될까? 하지만 오늘 아기가 아파서 혹시나 잘 못 된다면 가족의 화목은 사라지고 내 남은 인생은 그 순간의 선택에 대한 후회만이 남을 것이다. 이러한 비교가 극단적인 가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라면 우리는 최대한 보수적인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이 우리가 행복의 최우선에 놓고 있는 가족에 관한 것이라면 그러한 선택이 절대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선택은 그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오늘 이런 선택을 했던 사람이 내일 다른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 쌍둥이는 2020년 12월에 태어났다. 아내 임신을 확인한 때가 거의 코로나가 시작한 시기여서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저녁 회식 등은 모두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출근하더라도 바로 집으로 퇴근할 수 있었고 출산 후에도 거의 2년간은 코로나로 인해 회사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저녁 모임은 거의 없던 시기였다. 물론 그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퇴근 후 바로 집에 와서 육아를 할 수 있었지만 아마도 코로나가 아니라고 해도 나의 그런 생활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시기를 지나고 나서 회사 사람들끼리도 저녁 모임을 종종 하곤 했고 친구들 모임도 하기 시작했던 때에도 내 생활 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나도 퇴근 후 동료들과 술 한잔하고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서 맥주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내가 퇴근 후 저녁 모임을 갖는 동안 아내가 육아를 전념해야 한다는 미안함도 있었고, 무엇보다 귀여운 아기들을 보며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게 다른 무엇보다 내게는 소중했기 때문에 일상의 유혹(!)들을 어렵지 않게 뿌리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깨닫는 것이 있다. 바로 ‘행운은 찾아오지만 행복은 찾아가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행복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행복하고 싶다면 행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내 인생에서 가족을 행복의 원천 1순위에 놓겠다고 하면 생각이나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을 해야 하는 때는 바로 지금이다

이전 02화 가족으로서 아이의 존재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