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콩달콩대디 Jun 17. 2024

일상의 육아와 가사 동참하기 (2)

육아와 가사를 누가 담당할지에 대한 부분이 결정되었다면 일상에서의 남편의 역할도 어느 정도 결정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비용적인 측면이나 여러 현실적인 상황으로 인해 육아/가사도우미를 활용하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부부, 특히 남편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서 얘기한 남편의 해야 할 일 중 전부 또는 일부를 남편이 담당하게 될 텐데 그러한 일들을 어떻게 수행하면 좋을지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몇 가지 팁을 얘기하려고 한다.


첫 번째 팁은 육아와 가사에 투입되는 시간이나 노동을 줄이기 위해 관련된 가전이나 육아용품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것이다. 전편에서 출산 준비 사항으로 얘기한 바와 같이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식기세척기, 건조기, 정수기 등의 가전제품과 아기 빨래용 세탁기, 자동 분유 제조기, 분유 포트 등의 육아용품 등은 꼭 구매하기를 추천한다. 육아가 한두 달로 끝나는 것이 아닌 몇 년간을 지속해야 하는 일인 만큼 투입되는 시간과 노동을 줄여줄 수 있는 가전이나 육아용품이 있다면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육아와 가사에 도움이 되는 여러 제품들이 있겠지만 내가 언급한 가전과 육아용품은 개인적으로는 꼭 구매해야 하는 필수 제품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아내와 함께 상의해서 마련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육아용품의 경우에는 중고로 구매하더라도 사용 상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비용절약을 위해서라면 중고 거래앱을 통한 구매도 고려할 만하다.


두 번째 팁은 아기가 깨어 있을 때는 아기와 같이 노는 것에 최대한 집중하고 본인이 해야 할 다른 일들은 아기를 재우고 나서 하라는 것이다. 육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일은 당연히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 외 다른 할 일이 많다고 해서 아이와의 시간을 희생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영유아시기에는 아기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아기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는 최대한 같이 놀아 주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자. 물론 아기를 재우고 나면 남편도 몸과 마음이 모두 피곤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피곤함은 아내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내를 위한 마음으로 이겨내도록 노력하자. 만일 아기를 재우고 난 후 다른 일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곤하다면 그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맡은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마지막 팁은 육아와 가사를 할 때 남편 본인의 기준이 아닌 아내의 기준에 맞춰 일을 하라는 것이다. 남편아내의 일에 대한 기준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데 상대방이 아닌 내 기준에만 맞춰서 일을 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불만과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청소를 예로 들자면 남편입장에서 깨끗하다고 생각되는 청소상태와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청소주기가 아내입장에서는 턱 없이 부족할 수 있다. 특히나 육아를 시작하게 되면 위생과 청결에 대한 아내의 기준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지기 마련인데 남편의 기준이 본인과 비슷하지 않을 경우 아내의 불만과 잔소리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남편은 남편대로 불만이 쌓이고 아내는 아내대로 불만이 쌓이는 상태가 되기 쉬운데 이러한 서로 간의 갈등이 청소뿐만 아니라 다른 육아와 가사분야에서도 발생할 경우 심하면 부부싸움으로까지 발전될 수 있다. 남편과 아내 간의 일에 대한 기준이 다름으로써 생기는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의 기준과 불만을 최대한 얘기하고 그 일의 담당자가 상대방의 기준에 맞춰서 일을 하는 것이다. 청소를 다시 예로 들자면 내가 청소를 한 이후에도 아내가 여전히 더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아내가 특히 신경 써서 청소해 주기를 바라는 부분이 어디인지, 해당 부분의 청소는 얼마나 자주 해주기를 원하는지 등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듣고 어디를 어떻게 어느 정도의 주기로 청소할지를 서로가 미리 정해 놓는다면 그만큼 갈등의 소지도 줄어들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외둥이가 아닌 쌍둥이를 키워야 했기 때문에 육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아내와 같이 고민도 많이 하고 여러 방안을 활용해 보기도 했다. 아내가 육아휴직을 냈지만 쌍둥이 육아를 혼자 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정부지원 산후도우미도 이용해 보고 장모님 도움도 몇 개월 동안 받아보고 파트타임 육아도우미의 도움도 이용해 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만 두 살이 지나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내도 복직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는 육아도우미께서 어린이집 하원과 함께 우리 부부가 퇴근하고 집에 올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도움을 주고 계시기도 하다. 이렇듯 육아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다양한 도움을 받아오고 있지만 기본적인 가사는 우리 부부가 주로 담당을 해야 했고 아내의 경우 육아 관련으로도 이미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태였기 때문에 가사에 대해서는 내가 많은 역할을 하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가사나 육아 관련 일들을 남편이 담당한다고 해서 그 일들을 남편이 모두 하는 상황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내 경우에도 내가 어떤 일들을 담당한다고 해서 아내가 손 놓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때론 아내가 나보다 더 일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곤 했다. 그리고 설사 남편이 담당하는 일을 혼자 모두 수행한다고 하더라고 아내는 그 일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아이 돌보는 일과 다른 육아일을 맡고 있기 때문에 남편입장에서 본인이 너무 많은 일을 한다고 부담감을 느끼거나 억울함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나는 아내가 임신한 이후부터 아이들이 만 세 살이 지난 지금까지 평일 퇴근 후 개인적인 모임을 갖거나 주말에 외출을 했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아내가 임신하고 출산했던 때가 코로나시기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던 이유도 있었지만 나 스스로도 육아 외에 다른 일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코로나시기가 아니었어도 내 생활은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코로나시기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치를 보거나 고민할 필요 없이 육아에 전념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같은 생황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꼭 코로나 때문에 그렇게 생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 때문에 회사생활이나 사회생활, 그리고 지인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지 물어본다면 내 경우에는 크게 없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꼭 봐야 할 사람이라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볼 수도 있고, 서로의 근황은 SNS를 통해서 주고받을 수도 있으며, 회사에서의 부서 회식은 부득이 참석할 수밖에 없지만 그 외의 술자리는 불참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충분해 양해해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직업이나 개인별 상황에 따라 저녁시간에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불가피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라도 본인의 결정으로 인해 가정의 행복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불가피한 저녁 모임도 최소화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육아를 위해 남편이 해야 할 일중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일이 바로 일상의 육아와 가사에 동참하기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육아는 남편과 아내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아기를 돌볼 때 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육아에 수반되는 노동과 육체의 고됨을 부부 한쪽이 짊어지지 않게 함께 나누어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비록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단언컨대 그런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몸이 힘들면 마음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고 마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이라도 온 정성을 다해 즐거운 마음으로 돌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부부가 같이 힘들지만 서로 돕고 위한다는 동료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남편이 아내보다 더 또는 적어도 아내만큼의 일상의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