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산후조리원을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일상에서의 육아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그동안 인터넷이나 산후조리원에서 공부했던 내용들을 아내와 남편이 직접 수행해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특히 아내입장에서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임신과 출산은 상대도 안될 만큼 고난도의 육아와 본인 희생의 시간이 시작이 된다. 이 전 글들에서 남편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의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얘기했지만, 남편이 아무리 육아 참여를 하더라도 아내의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 힘듦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예전에 아이를 둘 키우는 여자 후배와 남편 육아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후배가 남편입장에서의 육아는 ‘동참'의 대상이지만 아내입장에서의 육아는 ‘일상’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아내는 육아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남편은 부수적 또는 지원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얘기이다. 남편이 아무리 적극적으로 육아참여를 한다고 하더라도 모유수유와 같이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역할이 있고 엄마를 찾는 아기의 본능적인 욕구를 아빠가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남편이 아내보다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에 참여하는 남편이 가장 먼저 해야 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은 아내의 희생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다.
육아과정에서 남편에 비해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아내는 어쩔 수 없이 본인의 시간과 욕구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 아내는 본인이 원하는 경력을 쌓고, 친구들과 즐거운 모임을 하고,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하는 대신 휴일도 없이 하루 종일 또는 힘든 회사일을 끝내고 휴식도 없이 아기를 돌보며 몸과 마음이 지쳐가게 된다. 물론 아기를 키움으로써 느끼게 되는 행복은 비할 바 없이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내 개인의 고됨과 힘듦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남편은 적극적인 육아 참여와는 별도로 아내의 희생에 대한 정서적인 공감과 위로 그리고 격려를 지속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내의 희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 보며 같이 생활하는, 누구보다 의지가 되어야 하는 남편이 아내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위로나 격려도 하지 않는다면 아내는 기나긴 육아의 길을 홀로 외롭게 걸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 부모 세대의 남편들은 육아 참여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육아가 얼마나 힘들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인지에 대해 잘 모르고 살아왔지만 지금 세대는 다르다. 지금 세대의 부부는 육아가 어느 한쪽의 당연한 역할 또는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육아를 수행하는 모습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렇듯 이제는 남편들도 육아의 힘듦과 스트레스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아내의 희생에 대한 공감 수준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본인도 육아를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에 아내의 희생에 대해 둔감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 본인이 힘들수록 아내는 그보다 훨씬 더 힘들 것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육아의 힘듦에 대한 공감을 기반으로 아내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육아는 혼자서 외롭게 사투를 벌이며 정해진 길을 달려가는 마라톤이 아니다. 아내와 남편이 함께 손을 잡고 무수한 갈림길에서 갈등과 선택을 하고, 때론 자갈길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때론 오르막길에서 숨차하기도 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길옆의 예쁜 꽃을 보며 행복해하는 인생의 여정인 것이다. 그런 인생의 여정에서 아내가 외롭고 지쳐서 쓰러지지 않게 남편이 지속적으로 위로해 주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물론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남편일수록 마찬가지로 힘이 들고 지치겠지만 아내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자. 그렇다면 아내의 희생에 대해 어떻게 공감을 해야 할까? 당연히 마음속으로만 아내의 힘듦을 생각하고 단순한 몇 마디의 말로만 표현해서는 안된다. “아이 키우느라 힘들지?”, "당신이 정말 고생이 많아”와 같은 위로의 말과 함께 매일매일 그날의 육아나 일상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아기 사진이나 영상을 같이 보면서 “당신 정말 잘하고 있어”, “당신 덕분에 애들이 이렇게 잘 크고 있어”와 같은 격려의 얘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육아라는 공통의 경험을 통해 아내의 감정과 생각들을 공감하고 이러한 공감을 통해 아내를 위로하고 격려함으로써 아내가 혼자 외롭게 육아의 짐을 짊어지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