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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콩달콩대디 Jun 13. 2024

일상의 육아와 가사 동참하기 (1)

육아가 시작되면 아기를 돌보는 일과 함께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되는 가사부담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기 돌보는 일이란 아기 수유, 기저귀 갈기, 아기 울 때 달래기, 아기 옷 갈아입히기, 아기 목욕시키기, 같이 놀아주기, 낮잠/밤잠 재우기 등과 같이 직접적으로 아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가사란 기존에 부부가 해왔던 청소, 빨래, 요리, 설거지, 장보기, 쓰레기 버리기 등과 함께 육아로 인해 시작되는 분유/이유식 만들기, 기저귀쓰레기 버리기, 아기 옷 빨래, 아기용품 세척, 장난감 정리, 아기용품 장보기 등의 일이다. 아기를 돌보는 일과 가사가 정확히 분리되지 않고 같이 수행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략적으로 위와 같이 구분될 수 있으며 이 많은 일들을 누가 담당할지에 대해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 남편과 아내가 같이 상의를 하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각자의 역할을 정한다고 해서 항상 그대로 지켜지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역할과 관련된 부부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주 담당자를 누구로 할지를 정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역할배분에 대해 고민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남편과 아내가 아기를 돌보는 일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아래 순서로 고민하는 것을 추천한다. 


육아와 가사를 누가 담당할지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육아/가사도우미 고용 여부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가사와 일부 육아에 대해서는 전문도우미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부부가 함께 힘을 합쳐서 사이좋게 육아와 가사를 담당하는 모습은 안타깝지만 현실에서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그로 인한 부부간의 갈등과 마찰로 인해 서로가 더 힘들어지고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전문도우미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를 추천한다. 물론 요즘에는 입주도우미는 말할 것도 없고 파트타임 도우미를 이용하는 것도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크고, 좋은 육아/가사도우미를 구하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생각보다 신경이 쓰이는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부가 직접 육아와 가사를 수행할 경우 겪어야 하는 정신적 육체적 고됨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부간의 갈등, 그리고 무엇보다 정작 가장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할 아기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전문도우미 활용은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방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전문도우미 대신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 세상의 모든 일은 공짜가 없듯이 아무리 부모님이라도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생기는 죄송스러운 마음과 불편함, 그리고 서로 다른 육아방식으로 인한 갈등 등을 고려했을 때 차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육아/가사도우미는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입주도우미나 풀타임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비용부담으로 어렵다고 한다면 파트타임 도우미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산후기간 동안에는 전문도우미 고용 시 일정 부분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후에는 전액 자비로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육아/가사도우미 고용에 대해서는 부부가 부담하기 어렵다면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일 육아/가사도우미 이용이 어려울 경우에는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보통은 양가 부모님 중 아내 입장에서 편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모님께서 도와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양가 어머니들의 연세나 건강상태, 그리고 지리적인 위치 등을 고려해서 어느 분께서 도와주실 수 있는지를 부부가 먼저 상의하고 부탁드리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모든 육아와 가사에 대해 포괄적으로 지원을 요청하기보다는 남편과 아내가 육아와 가사를 최대한 부담하되 시간적으로 또는 체력적으로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만 도움을 요청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님 도움을 받는 것이 몇 개월로 끝나는 것이 아닌 몇 년 동안 지속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부모님 입장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부모님 입장에서 편한 방법으로 도와주시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님께서 도와주시는 형태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본인과 자식 집을 매일 왕복하면서 도와주시거나, 평일에는 자식 집에 계시면서 도와주시고 주말에는 본인 집으로 가시거나, 부모님과 자식 중 한쪽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 와서 도와주시거나, 아예 집을 합쳐서 도와주실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 나을지에 대해서는 부모님과 충분히 상의를 하되 가급적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을 따르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부모님께서 육아와 가사를 도와주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는 유명한 영화 대사처럼 부모님께서 자식의 육아를 도와주시는 것이 부모의 당연한 책임도, 자식의 당연한 권리도 아니다. 부모님의 육아와 가사 지원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면 부모님의 도움 중 맘에 안 드는 부분에 대해 불만이 생기게 되고 이에 대해 불평하게 됨으로써 부모님과의 갈등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자식은 자식 대로 불만이 쌓이고 부모님은 부모님 대로 서운한 마음만 쌓여 결과적으로는 육아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를 돌볼 뿐만 아니라 본인의 사랑하는 자식을 도와주는 일을 거절할 부모님은 거의 없으실 것이다. 하지만 은퇴 후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취미도 즐기시면서 인생을 즐기고 싶어 하실 연령대의 부모님께 젊은 사람도 힘든 육아를 부탁드리는 것에 대한 죄송한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하며 용돈 등을 포함한 감사의 표시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부모님은 육아/가사도우미와는 달리 가족이기 때문에 더 믿고 편하게 맡기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육아라는 것이 아기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관계 맺기의 과정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가족이라도 육아의 많은 부분을 맡길 경우 그만큼 아기에 대한 엄마와 아빠의 관계 맺기는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만일 앞선 두 가지 방안이 어려운 경우에는 남편과 아내가 육아와 가사를 직접 수행해야 하며 각자 어떤 부분을 담당할지에 대한 역할배분을 해야 한다. 물론 육아/가사도우미나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경우에도 모든 육아와 가사를 그분들께 맡길 수는 없기 때문에 남편과 아내 간에 일정 부분의 역할배분은 필요하다. 부부간의 역할 배분은 육아를 시작하는 시점에 정하는 것이 좋은데 부부의 직업과 다른 자녀가 있는지 여부 등 각자의 육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부부의 역할 배분을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공통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원칙은 남편이 최대한 많은 일을 담당하고 나머지를 아내가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데 남편이 아무리 많은 일을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눈에 안 보이는 수많은 일들을 아내가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부부가 분담하는 육아와 가사의 양을 따져보면 아내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부부간의 역할 배분, 다시 말해 남편이 해야 하는 일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이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남편의 역할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하는데 아래 얘기하는 일 중에 만일 육아/가사도우미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경우에는 해당 부분을 제외한 일들이 남편이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남편이 해야 하는 역할의 큰 틀은 일반적인 회사를 다니는 경우를 가정할 때 평일에는 출근 전에 그날 하루 육아/가사를 위해 미리 세팅이 필요한 일들을 하고, 퇴근 후에는 아기와 놀아주는 것과 함께 모든 가사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주말 중 하루는 아내가 쉴 수 있도록 남편이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큰 틀에서 육아를 시작한 시점에서의 남편이 해야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보면 출근 전에는 집안 환기, 거실 청소, 전날 설거지한 그릇 정리, 건조된 빨래 개서 수납장에 정리하기, 아기 기저귀 갈기, 기저귀나 분유 등 그날 사용할 아기용품 세팅 등을 해야 하고 퇴근 후에는 아기와 놀아주기, 아기 밤잠 재우기, 아기 장난감 정리,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세탁기/건조기 돌리기 등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얘기하면 아마도 많은 남편들이 평일 아침은 출근 준비로 바쁘고 퇴근 후에는 피곤해서 그 많은 일들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더욱이 아내가 전업주부이거나 육아휴직 중이라면 집에 있는 아내가 그 일들을 다 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하루 종일 육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듯이 아기가 깨어 있는 동안은 아기에게 매달려 다른 일들을 할 시간이 전혀 없고, 아기가 낮잠 자는 동안은 설거지, 청소 등 중간중간 해야 하는 가사나 아기용품 정리, 아기 수유 준비, 각종 육아 관련 정보 검색 및 각종 육아용품 구매 등으로 제대로 점심 먹을 시간도 없다. 앞서 얘기한 일들을 남편이 모두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남편 출근 후 아내가 해야 하는 육아와 가사에 비교한다면 일의 고됨과 스트레스의 수준이 훨씬 적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만일 남편이 해당 일들을 하지 않는 다면 그 일들은 고스란히 아내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고됨과 스트레스의 증가로 아내의 우울증 및 부부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글의 전편인 '행복한 육아를 위한 남편의 준비'에서 얘기한 것처럼 남편이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 아내의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아내가 우울증에 결릴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음을 꼭 기억하자. 그리고 맞벌이 부부인 경우 남편과 아내가 동등하게 육아와 가사를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전편에서 얘기한 것처럼 부부가 동등해지는 육아 분담 시간을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임신기간 동안의 아내의 희생과 노력까지 반영해야 하는데 이 경우 남편이 아내보다 하루 평균 2시간은 육아와 가사를 더 수행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내 경험 상 위에 언급한 남편의 역할들은 제때 퇴근을 하고 저녁 약속 없이 바로 집에 와서 육아를 하고 아기 재운 후 본인도 바로 잠을 잔다면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는 일들이다. 즉 할 일이 많아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육아 외에 회사 일이나 개인적인 약속이나 TV시청 등으로 육아에 쏟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육아 시작과 함께 본인의 일과를 육아 일정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아기의 성장 시기 중 영유아시기에는 남편보다는 아내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의 아기에게는 아빠의 이성적이고 원리원칙적인 육아방식보다는 감성적이고 수용적이고 허용적인 엄마의 육아 방식이 아기의 정서발달과 부모와의 애착 관계 형성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육아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러한 환경과 상황을 만드는 것이 남편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는 주방에서 필요한 모든 일을 직접 하지 않는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음식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셰프는 전체적인 관리감독, 레시피 개발, 그리고 숙련도가 필요한 일부 조리 과정만을 담당하고 그 외의 재료 준비, 단순한 조리 과정, 설거지, 주방 청소 등은 보조 요리사가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육아에서도 육아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내가 자신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남편이 육아와 가사에 최대한 참여해 아내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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