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콩달콩대디 Jul 15. 2024

아내만의 시간 만들어주기

남편의 육아는 아이를 돌보는 일과 함께 아내를 보살피는 일까지 포함한다. 남편이 아무리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아내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는 현실(성차별적 역할관점이 아닌 아이가 누구를 더 필요로 하는지의 관점에서)을 고려했을 때 아내가 육아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와주는 것도 아이를 돌보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육아는 그 행복의 크기만큼이나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노동의 강도가 매우 높은 일이다. 또한 아이를 돌보는 시간 동안 계속 신경을 써야 하고 아이가 아플 경우에는 자는 시간 동안에도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이나 여유를 갖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육아로부터 떨어져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육아의 긴 여정을 함께 해야 하는 아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매우 필요하다. 특히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는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거나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야 하고 쉬는 시간에도 집안일 등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신적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힘든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주말 중 하루 또는 최소한 반나절은 아내가 육아와 가사로부터 떨어져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남편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아내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아기의 연령이나 육아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데 남편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아내가 외출을 하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아내가 집에서 쉬게 할 수도 있다. 돌 즈음까지는 아이를 보살피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집 밖에서 장시간을 보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두 살 정도가 지나면 외출할 때 필요한 짐도 상대적으로 단출해지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놀거리들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집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 남편이 영유아기의 아이를 집 밖에서 돌보는 방법들은 다양한데 유모차로 산책을 하거나 놀이터에서 같이 놀거나, 본가나 키즈카페에 데려가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이 중 본가가 집에서 멀지 않다면 자주 방문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데 남편 본인도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와 본가 식구들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남편 본인의 친구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데 내 회사후배 중에는 아이가 만 네 살 즈음부터 아내를 쉬게 하기 위해 주말마다 친구네와 함께 아빠와 아이들만의 캠핑을 가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에는 아기들이 만 두 살 즈음 때까지는 토요일마다 유모차에 태워 집 근처 산책을 하곤 했다. 내가 사는 곳은 아파트 단지들이 연결되어 있어 산책할 수 있는 길이 많고 단지마다 다양한 놀이터들이 있기 때문에 아기들을 데리고 나가면 네 시간 정도는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유모차 산책 자체로도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중간에 두세 군데 놀이터에서 아기들을 놀리면 두 시간은 훌쩍 시간이 흘렀고 산책 중간 아기들의 낮잠시간을 포함하면 네 시간 정도가 지나곤 했다. 유모차를 끌면서 산책하다 보면 내 육아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했고 아이들이 유모차에서 낮잠을 자는 동안에는 나도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아이들과의 산책을 좋아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만 두 살이 지나면서는 주말마다 본가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시간을 보냈는데 점심때쯤 도착해서 점심을 먹이고 계속 놀리다가 저녁을 먹이고 집으로 출발하면 차 안에서 잠을 든 아이들을 그대로 침대에 뉘어 재울 수 있어서 아내 입장에서는 거의 하루를 쉴 수 있었다. 물론 본가에 아이들을 데려갈 때면 누나나 여동생이 와서 같이 아기들을 돌봐주기도 했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내가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한 뒤에도 한 달에 두세 번은 본가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시간을 보내고 오는데 덕분에 이전에는 처갓집만 가고 싶어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본가에도 가고 싶어 할 만큼 우리 가족들과 친하게 되었다. 이렇게 토요일을 보내면 일요일에는 보통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데 아내가 토요일 하루를 쉬고 피곤이 회복된 상태에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노는 모습을 보면 토요일 하루 내가 피곤하더라도 아내를 쉬게 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편마다 어떤 방식으로 얼마 동안의 시간을 아내가 쉬게 할 수 있는지는 모두 다를 것이다. 일반적인 회사원의 경우에는 주말이 가능하겠지만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평일이 가능할 수 있고 내가 얘기한 방법 외에도 다른 더 좋은 방법으로 아내에게 휴식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떤 방법이든 일주일에 일정 시간은 아내가 육아로부터 해방되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남편이 꼭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11화 아내의  육아방식 인정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