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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콩달콩대디 Jul 11. 2024

아내의  육아방식 인정하기

아내와 남편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사랑의 결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를 전편에서 했는데 이러한 다름으로 인해 부부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아내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 수용적이고 포용적인 반면, 남편은 원칙적이고 규율적인 경향을 보일 수 있는데 이런 차이로 인해 아이가 자신의 의지에 따른 행동과 대화가 가능한 시기(대략 24개월 전후)가 되면 육아방식에 대한 부부간의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아이의 식습관을 예로 들면 아이가 음식을 던지거나 먹지 않을 때 아내는 음식을 주워주고 밥도 떠먹여 주면서 최대한 아이가 식사를 마치도록 직접 도와주려고 하지만 남편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훈육을 하고 스스로 밥을 먹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명령(!)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밥을 굶어봐야 배고픈지 알지"라는 말도 함께~) 서로의 육아방식이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의 이런 모습에 대해 아이의 식습관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가르치려 한다고 불만스러워하고 반대로 남편은 아내에게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면 나쁜 습관이 생긴다고 얘기하면서 서로의 육아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런 부부간의 의견 충돌은 주로 아이의 식습관이나 떼쓰기 등 아이의 문제행동(남편이 보기에는)에 대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한 행동들이 아이의 육아과정에서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인 만큼 심하면 부부간의 말다툼으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과 아내가 육아방식에 대한 서로의 관점차이를 함께 얘기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아내는 남편에 비해 아이의 행동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다. 즉 아내는 남편이 얘기하는 아이의 문제행동은 유아 시기의 아이들이 누구나 보일 수 있는 것들이고 어떤 경우에는 부모의 사랑이나 관심을 받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애정으로 더욱 보살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남편은 아무리 유아시기라도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 그때그때 부모가 교정하지 않으면 그러한 행동들이 습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남편의 경우에는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인터넷 등을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찾아보게 되는데 주로 그런 행동들을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 즉 아내는 아이가 스스로의 의지로 행동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어도 아직까지는 부모의 애정과 사랑이 전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부모의 훈육은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반해 남편은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을 떠올리며 하루라도 빨리 문제 행동을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남편과 아내가 육아방식에 대한 이견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면 과연 누구의 생각을 따라야 하는 것일까?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를 감성적으로 대하는 아내의 생각을 따라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아이를 이성적으로 대하는 남편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바로 아내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남편과 아내의 서로 다른 육아방식은 누가 틀리고 맞고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의견을 먼저 따라야 하는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아내의 의견을 먼저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이유는 아내가 남편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육아를 수행한다면 육아의 주 수행자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아내도 남편의 생각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전문가의 의견은 일반적인 원칙으로 모든 아이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기 때문에 실제 적용여부와 적용시기는 아이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고 잘 키우기 위해 고민하는 아내가 지금의 아이의 발달단계와 성향을 고려해서 내리는 판단을 우선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이 좋다. 물론 아내의 의견을 따르더라도 남편 본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내와 함께 공유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은 필요하다. 두 번째 이유는 부부가 함께 힘을 합쳐 육아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육아방식에 대한 서로의 생각 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편이 볼 때 아내의 행동이 답답하고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고 또 실제 아내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하루하루의 육아로 누구보다 힘들 아내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아내의 육아방식과 생각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이 말이 단순히 부부간의 의견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아내의 육아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입 닫고 지켜보자는 얘기는 아니다. 남편 본인이 생각하는 육아방식이 옮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함으로써 정작 중요한 육아를 위한 부부의 협력에 균열을 만드는 것보다는 아내의 생각을 인정하고 따름으로써 아이를 일관된 방식으로 돌보고 지도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얘기이다. 이때 아내의 육아방식을 따르는 과정에서 남편의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바로 아내를 격려하고 지원하면서 때로는 아내가 단호하게 하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 대신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부가 같이 상의해서 어느 시점에 아이의 분유를 끊기로 했지만 아이가 계속 울면서 떼를 쓰는 바람에 아내가 차마 끊지를 못한다면 남편이 단호하게 부부가 상의한 대로 밀고 나가도록 아내를 독려해야 한다. 아내가 머리로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아이의 반응을 보면 마음이 흔들려서 제대로 아이를 다루지 못할 수 있는데 이때에는 아이를 단호하게 다룰 수 있는 아빠의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생후 28개월 정도 되었을 때 아내와 함께 놀러 간 놀이시설에서 아들이 장난감을 집으로 가져가겠다고 떼를 쓴 적이 있었다. 아들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로 울면서 떼를 쓰는 바람에 아내와 딸을 먼저 내보내고 TV와 인터넷에서 보았던 전문가 의견대로 아들이 울다 지쳐서 포기하기를 기다렸는데 그러다 보니 30분이 넘게 시간이 지나버렸다. 지나가던 다른 부모들과 아이들이 나와 아들이 대치하는 모습을 쳐다보는 무안하고 부끄러운 상황이 계속되었고 결국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아내가 참다못해 돌아와서 아이를 안고 달래서 나가는 것으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그날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와 같이 얘기를 하며 아이가 떼쓰는 상황에서 부모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 나름의 주장을 하며 그날 중간에 개입해 아이를 달랬던 아내의 행동에 대해 불만을 얘기했는데, 그때 아내의 한 마디로 이후 나의 육아방식은 아내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여보, 우리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아니고 부모잖아, 아이들에게는 아직 가르치는 선생님보다는 사랑을 주며 보듬어주는 엄마와 아빠가 필요한 시기야”

아내의 이 말을 듣는 순간 어찌나 스스로가 부끄럽던지, 아내와의 대화가 끝나고 아이들 방으로 가서 자고 있는 아들의 얼굴을 보며 한없이 미안한 마음으로 쳐다보았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육아를 하면서 엄마로서의 아내가 얼마나 현명하고 따뜻한 사람인지에 대해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내는 남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아이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또 공부한다. 육아는 아내와 남편이 한 팀이 돼야 하는 2인3각 경기와 비슷하다. 내가 혼자 빨리 가려고 하거나 뒤처져서는 안 되고 반드시 상대방의 호흡과 속도에 맞춰서 서로를 독려해 가며 한발 한 발을 내디뎌야 한다.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아내를 믿고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때론 아내가 힘들어하거나 지칠 때 용기를 북돋아주고 힘을 보탤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로서의 남편이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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