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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콩달콩대디 Jul 08. 2024

아이의 감정에 동조하기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그 시간 동안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다면 마지막으로 남편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아이와의 '감정 동조'일 것이다. 육아를 시작한 많은 남편들이 아이를 돌보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자책하곤 하는데 자신의 아이를 대하는 모습이 본인이 생각해도 부끄러울 정도로 감정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기가 울고 떼쓰고 말을 듣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내가 이렇게 참을성이 없었는지, 내가 이런 일에도 화를 낼 만큼 속이 좁은 사람이었는지, 내가 이 정도로 감정조절을 못하는 사람이었는지를 깨달으면서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를 키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에 대해 반성을 하곤 한다. 물론 아내도 이런 경험을 비슷하게 겪을 테지만 상대적으로 아이를 달래는 것이 쉽지 않고 아이에 대한 수용적인 마인드가 부족한 남편입장에서 이러한 반성을 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입장에서는 자신의 감정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아닌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아이를 대하는 '감정의 동조'가 더욱 필요한데 이런 감정의 동조가 어떤 상황에서 주로 필요한지를 얘기해 보겠다.    


아이와의 감정의 동조가 필요한 첫 번째 상황은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거나 떼를 쓰고 난 이후이다. 아이의 막무가내인 울음과 떼쓰기가 시작되면 아빠입장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큰 소리를 내거나 얼굴을 찡그리기 쉽다. 하지만 아이가 울고 떼쓰는 것은 그 상황에서 다른 자기표현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이는 성인에 비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양하지 않고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기 때문에 울고 웃는 단순한 방법으로 자신의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아이의 울음과 떼쓰기는 지속성이 있는 감정의 표출이라기보다는 순간적인 자기표현에 가깝기 때문에 집이 떠나갈 듯이 울거나 떼를 쓰다가도 그 상황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방긋 웃으며 달려와 안기거나 놀자고 보채곤 한다. 문제는 아이의 감정표현은 순간순간 변화무쌍한데 이를 대하는 아빠의 감정표현은 그렇지가 않다는 데 있다. 즉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울음이나 떼쓰기로 충분히 표현하고 나면 바로 리셋이 되어 아빠와 놀고 싶어 방긋방긋 웃을 수 있는데 반해 아빠는 이전의 아이의 행동 때문에 화났거나 짜증(!) 난 상태로 아이를 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아빠가 눈앞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면서도 이전의 감정이 잔류하여 아이에게 계속 화를 내거나 퉁명스럽게 대한다면 아이와 즐겁게 놀 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사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올고 떼쓰는 상황이 종료되면 아빠도 자신의 감정을 리셋하고 아이를 웃으면서 대하기 위한 감정의 동조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감정의 리셋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아이가 울고 떼쓰는 행동은 몇 초 또는 몇 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길게는 몇십 분이나 지속되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를 달래거나 훈육을 끝낸 아빠가 그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감정을 바로 내려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이를 대하는 것은 적지 않은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어른과 같은 행동을 바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아이가 바뀌기 어렵다면 아빠가 바뀌는 수밖에 없고 아빠가 바뀜으로써 아이와 아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면 고민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바뀌기 위한 노력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아이와의 감정의 동조가 필요한 두 번째 상황은 아빠가 하지 말라고 하는 행동을 아이가 계속함으로써 소위 아빠를 ‘열받게’ 하고 난 이후이다. 특히 남자아이를 키울 때 이런 상황이 더욱 자주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이의 이러한 반복되는 행동들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거나 아빠의 반응이 재미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본인의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기 때문일 뿐 나쁜 의도나 목적으로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빠가 하지 말라고 계속 얘기해도 아이는 본인의 행동의 결과에 대한 나름의 충분한 경험이 쌓이고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고 스스로 이해할 때까지 같은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아이의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때마다 최대한 부드럽게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현실 육아에서는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 말라는 행동을 반복하는 아이에 대해 아빠입장에서 화가 나는 이유는 아마도 아이가 일부러 본인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해서 기분이 나빠져 서거나 계속 같은 훈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짜증이 나서거나 아이의 행동으로 발생하는 뒤처리를 해야 하는 귀찮음 때문일 것이다. 아이의 반복되는 행동에 대해 아빠가 그러한 감정을 느낀다면 아이를 지도한 후 바로 웃으면서 같이 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지도한 이후에도 아이의 이전 행동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계속 표출하는 것은 훈육측면에서도 의미가 없을뿐더러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나 위험한 행동에 대한 지도는 그때그때 명확하고 분명하게 하되 지도가 끝나면 아이의 감정에 동조해서 아빠의 감정을 리셋하고 다시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고, 하지 말라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이유는 상황에 따라 다양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모습들이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는 점이다. 아이의 행동에 대한 이해와 함께 아이의 감정변화에 맞춰 아빠의 감정도 변하지 않는다면 아이입장에서는 아빠가 자기와 즐겁게 놀아주지 않고 화를 내거나 다정하게 대하지 않는 모습에 서운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아이는 뒤끝이 없는데 아빠는 뒤끝이 있는 상황이 되는 셈인데 힘든 육아를 하는 아빠도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쓸 때 화가 날 수도 있고 아이가 계속 말을 듣지 않으면 짜증이 날 수도 있을뿐더러 아이의 기분에 맞춰 본인의 감정이나 기분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아빠가 아이에게 화나 짜증과 같이 안 좋은 감정을 표출하게 되면 시간이 지나고 반드시 후회하기 마련이다. 스스로 후회하고 아이에게 미안해하는 것을 반복하기보다는 아이의 기분에 맞춰 이전의 감정을 빨리 털어버리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빠를 위해서도 필요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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