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시작하게 되면 부부 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된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었던 외식이나 영화관람과 같은 부부만의 데이트는 엄두조차 못 내게 되고 서로의 일상에 대한 얘기 대신 아이에 대한 얘기로 부부의 대화 주제는 바뀌게 되며 스킨십이나 부부생활의 빈도도 육아로 인한 피로감으로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아이를 키우게 되면 누구나 겪게 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의 중심은 부부여야 하고 건강한 부부관계가 제대로 된 육아를 수행할 수 있는 토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부부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의 힘든 육아를 수행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게 되고 이전과 같이 서로를 챙기거나 같이 대화할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남편과 아내라는 부부의 관계는 사라지고 아빠와 엄마라는 부모의 관계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육아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실망하거나 불만이 생길 경우에는 오히려 이전보다 부부사이가 안 좋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자녀가 생기면 부부간의 사랑은 식을 수밖에 없고 서로에 대한 관심도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물론 그것은 아닐 것이다. 부부간의 관계가 변했다기보다는 육아라는 눈앞의 거대한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서로의 존재가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어느 순간에는 정말로 서로에게 부부관계가 중요하지 않게 되고 사랑도 식을 수 있기 때문에 부부관계를 유지하거나 회복하기 위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러한 노력은 아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육아의 힘듦이 덜한 남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남편의 역할로 부부간의 대화를 유지하려는 노력과 부부만의 시간을 만들려는 노력 두 가지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부부관계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부부간의 대화를 유지하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울까 싶겠지만 막상 육아를 시작하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육아로 인해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화할 마음의 여유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화를 하더라도 서로에 대한 얘기보다는 아이에 대한 얘기위주로 흘러가기 쉬운데 부부의 일상이 대부분 육아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부부의 거의 모든 관심이 아이를 향해 있기 때문에 대화소재가 아이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대화라도 얘기를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얘기도 하게 되고 이런저런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부부만의 대화 시간 자체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연애시절이나 신혼 초에는 대화할 시간이 부족할 만큼 서로가 많은 대화를 나눈다. 회사 얘기나 친구 얘기, 최근의 뉴스 얘기나 연예인 얘기 등 소재도 다양하고 하고 싶은 얘기도 끝이 없다. 이런 부부간의 대화소재가 어찌 보면 육아를 하게 되면서 더욱 많아질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아이가 오늘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했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노는지, 아이가 보이는 문제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도해야 할지, 또래 애들과 비교해서 우리 아이의 성장이나 발달 수준은 어떠한지, 이번 주말에는 아이와 뭐 하고 놀지 등 아이에 대한 얘기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요즘 아내가 육아를 할 때 어떤 것이 힘든지, 고민거리는 무엇인지, 남편에게 서운하거나 화나는 것은 무엇이고 그런 것들이 어떻게 고쳐졌으면 좋겠는지 등 아내를 위로하고 공감하기 위해 필요한 얘기들도 수없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대화의 소재들이 힘든 육아의 일상에서는 그냥 넘어가거나 지나쳐지기 쉬운데 육아로 지친 아내 대신 남편이라도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틈틈이 이러한 소재들을 꺼내 같이 얘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각자의 육아상황과 생활패턴에 따라 대화할 수 있는 시간과 양이 다를 수 있겠지만 매일의 일상에서 부부가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서로의 속마음까지 공유할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하는 것을 꼭 염두에 두고 실행에 옮기도록 해야 한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내가 제일 힘들어하고 고민되었던 것이 바로 어떻게 하면 아내와의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부부간의 대화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나를 포함한 많은 남편들이 육아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에 적지 않은 부분이 아이와 관련된 영역이 아닌 아내와 관련된 영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부가 육아를 하면서 각자가 느끼는 어려움도 다르고 서로에게 기대하는 수준도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만족하기보다는 실망하고 서운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가 자주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해주지 않는다면 자칫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다. 우리 부부의 경우는 아이들이 만 두 살 정도 때까지는 대화를 나름대로 부족하지 않게 하는 편이었는데 주로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같이 산책할 때나 밤에 아이를 재우고 나서 가볍게 술 한잔 할 때 그리고 잠자기 전 침대에 같이 누워 있을 때 대화를 하는 편이었다. 생각해 보면 유모차 산책을 할 때는 아이가 잠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내와 함께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가볍게 나누기 좋았고 밤에 술 한잔 할 때는 서로의 고민이나 힘든 일 또는 상대방에게 속상한 점 등 각자의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기에 좋았고 잠들기 전에는 아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같이 보며 육아의 행복을 같이 나누는 대화를 하기에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만 두 살 무렵부터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증가해서인지 부부간의 대화도 서서히 줄어들게 되고 대화 자체도 아이들에 대한 얘기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런 상태로 몇 개월을 지내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들이 쌓이게 되고 사소한 일에도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도 종종 생기게 되면서 결국 아내와 나 둘 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서로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결과 당시에 아이들이 자주 아파 아이들 방에서 주로 잠을 잤던 아내는 다시 안방으로 돌아와 같이 잠을 자기 시작했고 나도 그동안 많이 부족했던 아내와의 대화에 관심을 갖고 공감하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이전보다는 훨씬 부부관계도 부드러워지고 대화도 많아졌지만 이러한 우리 부부, 특히 남편인 나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으로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육아는 부부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행복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그만큼의 육체적 힘듦과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경험하게 한다. 부부간의 대화는 부부관계 유지와 함께 서로의 육아경험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행복은 더 크게 하고 스트레스는 줄이는 역할도 한다. 아이가 뒤집기를 하고, 일어서고, 엄마나 아빠를 발음하는 등의 기적 같은 행동(부모입장에서는)에 대해 부부가 같이 얘기하면서 얼마나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또한 힘든 심정을 배우자에게 조차 얘기하지 못할 때 얼마나 외롭고 슬픈지 역시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부부간의 대화가 단절된다면 부부관계의 문제뿐만 아니라 육아 우울증과 같은 아내의 정신적 문제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서로의 힘든 감정이 쌓이지 않고 그때그때 펼쳐져 풀어질 수 있도록 대화의 시간을 꼭 마련해야 한다. 사람 간의 대화에서 신기한 것 중 하나는 오랜만에 만났을 때보다는 매일 만나서 얘기할 때 오히려 더 할 말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부부간의 대화가 뜸해졌다고 생각된다면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오늘 바로 아내와의 대화를 시작해 보도록 하자.
부부간이 대화에 이어 남편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부부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게 되면 부부가 같이 영화관을 가거나, 외식을 하거나 친구부부와 동반모임하기도 어렵게 된다. 물론 부모님이나 육아도우미께 맡기고 나갈 수는 있지만 아이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과 함께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외출해야 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점점 부부만의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부부만의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서로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로 아무리 바쁘더라도 정기적으로 부부만의 데이트를 하고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부부만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아이가 신생아일 때는 너무 어리기 때문에 염려가 되어서 어렵고, 아이가 2~3살이 되면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어렵고 양가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는 것도 부모님께 죄송스러워서 어렵기 때문에 부부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이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해결방법은 아이와 아이를 돌봐주실 가족을 믿고 과감해지라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보면 아이는 상황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엄마아빠와 떨어지는 순간에는 울고불고 떼를 쓸 수 있지만 엄마아빠가 없는 상황을 깨닫고 난 이후에는 지금 내 곁에서 나를 보살피는 사람에게 안겨 별문제 없이 잘 지내곤 한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외출이나 여행을 가는 것이 당연히 부담스럽고 죄송스러울 수 있지만 만일 부모님께서 아이를 돌봐주실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가끔은 부부관계 유지를 위해 그런 부담감과 죄송함을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단, 부부가 여행을 갈 경우에는 아이가 엄마아빠의 부재를 얼마 동안은 견딜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훈련은 엄마와 아빠가 지금은 안보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꼭 돌아온다는 것을 아이가 경험적으로 알게 하기 위해 외출 시간을 처음에는 몇 시간, 그다음에는 반나절, 그다음에는 1박 2일과 같이 단계적으로 늘려가면서 아이가 부모의 부재를 경험하고 익숙해지게 함으로써 가능하다. 여기서 명심해야 하는 점은 부부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남편이 주도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내 입장에서 아이를 떼놓고 외출을 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울뿐더러 더군다나 몇 박 며칠로 여행을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와이프 생일이나 내 생일, 그리고 결혼기념일에는 가급적 아이들을 육아도우미 또는 양가 부모님께 맡기고 부부만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아이들이 만 두 살 전에는 반나절 데이트를 하면서 오랜만에 분위기 좋은 곳에서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면서 예전 연애할 때처럼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만 두 살 이후로는 부부만의 여행을 일 년에 한 번은 가고 있다. 부부여행은 지금까지 세 번을 갔는데 처음 여행은 서울 근교 1박 2일 여행이었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해외로의 4박 5일 여행이었다. 물론 첫 해외여행 때에는 가기 전날까지도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가 없어도 잘 지낼지, 부모님께서 아이들을 잘 돌봐 주실 수 있으실지, 괜히 우리 욕심에 무리하는 건 아닐지 등 수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아이들은 그 기간 동안 본가 식구들과 재미있게 놀면서 잘 지냈고 우리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는 웃으면서 엄마와 아빠를 반겨주었다. 당연히 여행기간 동안 현지에서 매일 영상 통화로 아이들 얼굴을 보곤 했는데 아이들이 의외로 엄마와 아빠를 보고 울지도 않고 웃으며 인사를 해서 의외이긴 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우리 부부의 상상과는 다르게 ‘어? 엄마 아빠 오셨어요?’하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인사 잠깐 하고 할머니와 고모에게 달려가 다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서운했던(!) 기억이 난다. 반나절 데이트이건, 며칠간의 여행이건 그동안 육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다시 충전하고 서로에 대한 애정도 다시 느끼는 시간을 갖는 것은 부부관계 유지에 꼭 필요하다. 각자의 육아 상황에 따라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아이와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걱정 대신 부부만의 데이트나 여행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은 남편의 역할이라는 점은 꼭 기억하도록 하자.
앞서 얘기한 아내와의 관계 유지를 위한 남편의 노력 외에도 각자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부간의 대화유지와 둘만의 시간 확보는 어찌 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남편 스스로가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노력을 꾸준히 한다면 아무리 육아가 힘들고 그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하더라도 부부관계는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유지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