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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길 Sep 16. 2023

나는 오늘 통도사에 간다(4)- 통도사의 산세 풍수지리

나는 오늘 통도사에 간다(4)- 통도사의 산세 풍수지리     


-이병길(지역사 연구가)        

  

통도사 영축산문에서 바라보면, 독수리 머리 형상을 한 산 정상이 보입니다. 시살등에서 보면, 독수리가 마치 양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듯하지요. 독수리의 품 안에 통도사가 자리 잡은 형국입니다. 통도사를 감싸 안고 있는 영축산은 해발 1,058m으로 산의 정상에서는 멀리 울산과 언양, 부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정상에는 단조산성과 습지가 있고요. 영축산에서 신불산까지 60여만 평의 신불평원에 가을이면 억새로 금빛 물결을 이루어 많은 등산객이 몰려옵니다. 영축산, 신불산, 천황산, 가지산 등과 연결되어 등산객들은 ‘영남 알프스’라고 부르지만, 저는 ‘영남산무리’라 합니다. 지명의 사대주의를 벗어나야 겠지요.


승려 출입을 금지한다


영축산 바로 밑에는 지산마을, 평산마을이 있어요. 통도환타지아가 있는 지내마을. 통도 하천을 따라 내려오다보면 지곡마을, 초산마을로 이어집니다. 지산마을은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려 서불(徐市, 徐福)이 이곳에서 영지(靈芝)를 구한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런데 지산마을 한가운데 지산요(芝山窯) 입구에 “팔도승지금지석(八道僧之禁地石)”이 있습니다. 이 비석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팔도의 승려들이 금지한 땅의 비석입니다. 이는 통도사의 입수맥 자리인 지산마을에 관찰사가 묘를 썼던 곳을 전국 승려들이 모여 묘를 파고 이 비석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권력자에 저항한 스님의 기개가 서린 비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조선 시대 배불숭유(排佛崇儒) 정책에 따라 조선 팔도 승려의 출입을 금했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승려가 주체가 되고, 후자는 유생이 주체가 되는 해석입니다. 조선시대 유교와 불교의 갈등을 간작한 비석입니다    .     

▲ 지산마을 팔도승금지석

평산마을은 전임 대통령이 거주하여 세상에서 속시끄러운 동네가 되었는데요. 평산마을을 둘러싼 남쪽 봉우리를 ‘위만복재’, 동쪽 소나무 산을 ‘아래만복재’라 합니다. 예전에 평산마을은 사하촌이었지요. 마을에서 현재 부도원으로 이어진 곳을 부도골(부듸골)이라 했습니다. 부도골에서 위만복재로 뻗어진 등을 ‘쇠꼬리등’이라고 합니다. 또는 ‘용꼬리등’이라고도 합니다. 갑자기 왜 소와 용이 지명에 붙어졌을까요.    

 

지내마을은 못안 마을이란 뜻으로 이곳에 ‘순지’라는 연못(저수지)가 있었습니다. 자금은 통도환타지아 안에 있지요. 초산마을은 말 그대로 풀산입니다. 마을 주변이 넓고 평평하여 나무는 없고 잡풀이 무성한 들판이기에 소들이 풀 띁어먹기에 좋은 동네였겠지요.      


통도사 주변에 소와 풀 관련 지명이 있는 것은 영조 때 양산군수 권만은 영축산 아래의 통도사의 산세를 와우형(臥牛形)이라 하고, 부근 지명을 소 또는 풀과 관계된 지산(芝山), 초산(草山)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양산을 사랑한 권만 군수


양산군수 권만은 양산의 문제는 크게 두가지로 보았습니다. 군수물자로 사용할 산의 나무를 관리해야하는 ‘봉산(封山)’이 하나요, 또 다른 하나는 바로 홍수로 인한 양산지역의 물난리입니다. 실재로 양산은 현재의 북정동 밑으로는 여름철만 되면 물난리로 하천의 뚝을 무너뜨리고 농경지를 침수시켜 농사를 망치기 일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홍수문제를 해결할 비책을 강구해야했습니다. 제일 쉬운 일은 양산천에 뚝을 쌓는 일이지만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권만은 홍수 문제를 풍수지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였습니다. 영축산에 비가 내려오면 그 물은 양산천을 따라 급격하게 흘러 상북면 석계를 거쳐 이어 북정을 지나 물금에 다다릅니다. 이 물은 천성산과 오룡산의 물까자 합쳐 거대한 물덩어리로 물금을 덥치면 물금은 순식간에 물에 잠김니다. 그 뻘물이 원동에 역류하여 다시 현재 김해 대저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그 강을 예전에는 황산강이라 불렀습니다. 지금은 황산공원이 그 흔적이기도 하죠.     


권만군수는 통도사의 물길을 황소의 뱃속으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통도사 일대를 황소가 누운 형상으로 보아 황소의 배에 물을 가두어 놓는다면 홍수 피해는 작아질 것이라 여겼던 것 같습니다. 현재 조선시대 후기에 그려진 <통도사 전경도>를 보면 통도사 건물이 마치 코끼리 뱃 속에 들어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영축산의 물은 양산의 행불행을 좌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물을 어떻게 조절하는가 하는 것이 군수 입장에서는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소의 되새김질과 같이 물 역시 잠시 황소의 배에 가두어두는 와우(臥牛)풍수 기운으로 수해를 극복하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통도사 주변에 몇 개의 저수지가 조성되었고, 당시 마을 이름도 일부 소와 물이 있는 지명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길의 완급 조절이 수해를 예방하는 길이었습니다.    

▲ 통도사 실경 산수화(근대) 마치 코끼리의 뱃속에 앉아있는 것 같은 통도사형상이다. ⓒ통도사성보박물관

권만 군수는 봉산정책이 양산민을 괴롭히는 정책이었기에 또한 이것을 해제해달라는 상소를 올렸습니다. 당시 경상도관찰사 남태랑이 양산 봉산의 문제를 확인하고 1748년 10월 11일 봉산(封山) 파기가 결정되었습니다. 당시 봉산이 해제된 곳은 석장・통도・대둔봉산이고, 원동지역의 내포봉산은 남았습니다. 하지만 통도사 영축산의 산림이 훼손된다면 이 또한 홍수의 원인이 되기에 아마 스님들의 영축산 출입을 금한 비석을 세운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누운 소가 아니라 용이 나르는 형상일세


시대가 바뀌면 풍수에 대한 해석도 달라지게 됩니다. 중국의 풍수지리서인『동림조담(洞林照膽)』에 따르면, “사방이 병풍처럼 둘러싸이고, 모든 것이 모여 있으면, 이곳이 아름다운 곳”이라 하였습니다. 이러한 역할을 부여받은 산을 풍수에서는 사격(砂格)이라 합니다. 사격은 좌청룡과 우백호, 그리고 주산과 안산이 혈을 중심으로 둥글게 둘러싼 자연지형(自然地形)을 말합니다. 풍수지리학자들은 통도사의 주변 사격들은 성벽을 이룬 듯 완벽한 보국(保局)을 만들어, 마치 병풍을 둘러친 듯한 모습으로 통도사를 보호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통도사의 형국은 영축산의 백호용맥(白虎龍脈)이 만든 백호대국이다. 백호 자락에서 뻗어 내린 여러 지룡(枝龍)들이 서로 에워싸는 곳, 그리고 여러 물들이 서로 합쳐지는 곳에 자리 잡은 백호안산과 백호용맥에 의해 둘러싸인 통도사의 영역은 사면이 남쪽을 향하고 있다. 따라서 일조 조건이 좋고, 겨울철의 차가운 북서풍(北西風)을 피할 수 있으며,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종교적인 장소성을 확보함으로써 통도사 영역 자체의 고유한 특성을 갖게 된다.” 또 “통도사는 풍수의 기본적 지형조건인 용・혈・사・수를 모두 갖춘 땅에 자리 잡고 있다. 중산(衆山)이 멈추고 중수(衆水)가 모여든 곳이기 때문에, 산진수회(山盡水回)한 형(形)과 세(勢)를 두루 잘 갖춘 곳이다. 통도사의 입지는 주산을 등 뒤로 하고 물을 앞에 둔 배산임수(背山臨水) 배치와 산이나 강이 옷깃이나 띠처럼 둘러 감아준 산하금대(山河襟帶)의 지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입지는 기(氣)가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좋은 명당(明堂)이다. 이외에도 통도사의 입지는 외부의 간섭 없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적당한 폐쇄성과 개방성까지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통도사를 와우형이라 한 것을 일제강점시대 통도사 주지였던 구하 스님은 용이 나르며 여의주를 갖고 있는 비룡농주형(飛龍弄珠形)으로 풍수적으로 다른 해석을 하였습니다. 소꼬리 등은 용꼬리 등이 되고, 산문 앞 작은 산은 여의주 봉으로 이름을 합니다. 구하 스님은 “영축산 서 있는 모습은 서 있는 병풍 같고, 비룡국(飛龍局)은 살아서 날아오른 듯하다.”라고 하였습니다. 경봉 스님은 “산세는 날아오르는 용과 같아 여의주 얻어 오르는 듯, 꽃에 새들은 우짖어 풍광이 정겨웁다.”라고 하였습니다.          

▲ 통도사 남산에서 바라본 영축산 전경, 마치 병풍같은 산 아래 좌청룡, 우백호가 감싸안은 가운데에 통도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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