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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민준 Sep 19. 2021

노년의 품격

피터 드러커는 “배우면 젊어지고 삶이 즐겁다.”라고 말했다.

봄은 잊지 않고 창 밖까지 찾아왔다. 봄을 그리워했던 둘째 외삼촌은 봄이 가까이 왔음에도 봄을 느끼지 못했다. 외삼촌이 뇌출혈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어머니와 병문안 갔었다. 요양병원은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로 가득했다. 외삼촌은 어머니를 보며 눈물만 흘리고 어머니는 외삼촌 눈물을 닦으며 함께 울었다. 공군 삼촌이라고 불리던 멋진 외삼촌의 병세가 안쓰러웠다. 


칠 년 전,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둘째 외삼촌은 끝내 봄을 보지 못하고 운명하였다. 누구나 건강한 노년의 삶이길 바라지만 누구에게나 바라는 대로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작은 일에 만족할 줄 알고 새로운 일을 찾아 즐길 줄 안다면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 


나이 들면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몸과 마음이 나날이 소진되어 가는 삶을 막으려면 새로운 용기도 필요하다. 모든 연령 대가 살맛나는 나이고 행복한 삶은 언제나 용기 내고 도전하는 자의 것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살아 볼만하다. 


새로움에 도전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힘이 생겨 마음이 밝아진다. 긍정적인 마음은 젊음을 유지하고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지난 것에 머물지 않고 행복을 찾는 삶은 언제나 청춘이다. 

  

노년의 품격이란 무엇일까? 나이 들어감은 그다지 슬프지도 않고 안타까운 일도 아니다. 한 살 더 들어감은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으로 깊고 넓게 마음이 커가는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 지혜와 덕이 쌓여 늘 보던 것도 새롭게 보인다. 피 끓었던 청춘, 그 시절도 그립고 눈물도 나지만 그 당시 추억에만 안주하지 말자. 겉모양새는 다르지만 젊은 날 각자 다른 색으로 반짝이던 삶의 색채는 나이 들며 점차 무채색으로 비슷해진다. 그 또한 자연스럽고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대로 보내기에는 남은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무의미한 고통은 몸을 더 빨리 늙게 할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몸이 아플 수도 있다. 


내일에 대한 아무런 기대가 없다면 그만큼 빨리 늙는다. 어떻게 하면 내가 천천히 늙을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새로운 악기도 배우고 빠른 독서보다 내용을 음미하며 책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이 들어 건강하게 지내려면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다. 다리가 아프다고 운동을 자주 하지 않으면 근육이 굳어 걷지 못할 수도 있다. 걷지 못하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도움 받지 못하면 불편한 생활이 이어진다. 


나이 들어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면 슬픈 말년을 보내게 된다. 도움받지 않고 스스로 걸어서 화장실도 가고 밖에서 햇볕도 쬘 수 있다면 마음이 밝아진다. 문밖으로 걸어 나와야 우울증에 빠지지 않고 건강한 노년의 삶을 영위 할 수 있다. 걸을 수 있을 때 꾸준한 운동으로 근력과 유연함을 키우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자. 

  

피터 드러커는 “배우면 젊어지고 삶이 즐겁다.”라고 말했다. 배움을 늦추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빠르게 퇴보한다. 즐거운 인생 2막을 위한 마음 자세로 자신의 진심을 사랑해야 한다. 이제껏 자식에게 양보하고 희생하며 살았다면 인생의 절반이 넘어서는 누군가를 위한 삶에서 나를 위한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황혼의 나이에 자식의 도움을 받지도 못하고 국가에도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 채 경제 문제로 하루하루 고민하는 노인이 많아졌다. 100세 시대에 맞게 노년기를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는 은퇴 준비 교육이 체계화되었으면 좋겠다. 노년기의 변화를 이해하고 경제, 사회의 심리적인 의료 대책을 준비하고 적응해 갈 때 노년 삶의 질은 높아지리라 본다.

  

세상을 일찍 떠난 사람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만,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오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 살고 있다는 건 사랑과 기쁨과 슬픔의 파란만장한 난관을 이기고 살아왔다는 증거다. 건강한 노년을 살고 있다는 건 사랑과 정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고운 마음으로 바르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늙음은 더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와 행복이며 축복이다.

  

우리의 몸은 늙어가되 마음만은 늙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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