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산 유월
- 김용기
유월 봉화산에 밤꽃이 폈다
만나는 사람 둘에 하나는 여자다
남사스러워 코를 막기도 하지만
밤꽃이 질 때
걸음이 뚝 끊어지는 경향은
날 더워진 탓도 있다
그날 밤 근동 아파트별로
눈치 없는 서방과
눈치 빠른 서방의 구별은 쉬웠다
적극적인 밤은 길었고
걷느라 온 피곤은 내색하지 않아도 되었다
동네 봉화산에는
나이 든 노파도 느린 걸음으로
유월의 추억을 꺼내는데
죽은 서방을 고려하여
지던 밤꽃이
오랫동안 기다려 주는 자상함은
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