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 김용기
잔 없이 따르는 소주를
탓하지 않고
술 마셔 본 적 없는 여자이겠거니
반 병을 꿀꺽
술 마시는 돼지가
술 취한 돼지가 마침내 입을 닫았다
주정뱅이 돼지의
프라이팬 위 자기 고백은
묵언이었다
술을 마시고도 입 다무는 돼지의 결심
전이
사람은 오히려 말 많아지는 이유가 됐을까
프라이팬 위에서 뒤집고 뒤집히는 동안
돼지의 생각
내 생각
엎치락뒤치락
술 먹인 돼지가
입을 다무니 입냄새가
잡내가 사라졌다는 아내의 의견
소주 반 병까지는 괜찮고
그 이상은 먹여도 효과는 없다는데
술 집마다 소주를 마시는 이유
잡내 없애는 목적이라면
사람도 한 병까지는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