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
- 김용기
군대서 축구하던 얘기
졸병시절은 없고
고참때 얘기만 늘어놓는 무용담
수류탄을 몇 개나 막았는지
듣고도 기억나지 않는
사내들 군대 얘기
반은 들은 것 옮긴 것 일 텐데
조심스러우면 좋으련만
사내들끼리 있을 때 재치기는 서로
천정이 무너질 듯 크게 내는
묘한 기싸움
제 주먹을 믿는다며 버티다가
한 대 맞고 무릎을 꿇는 남편의 오만도
허세의 한 축
아랫배가 유난히 아픈 사내들은
오줌발 소리 크게 내려는
이상한 문화에 현혹됐을 거다
기죽지 않으려는
에헴
비 새는 집에 사는 주제에
느릿느릿, 팔자걸음 양반 얘기는
할머니의 옛날 얘기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것 중에
수컷들의 본능은 허세다
빈 지갑에
항상 계산대 앞에 서는 것도
아내에게는 빈축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