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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시나위

- 넋이 나가다

by 김용기

남도 시나위


- 김용기



제 멋대로

중구난방인 것 같은데

저마다

나오고 들어갈 때를 알았다


낑낑대고

투닥거리고

출렁거리고

장구재비는 흥을 돋우고


제 각각 놔뒀더라면

뭔 소리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놈들 불러다가

자리에 앉혀놓고 소리를 합쳤더니

말 시킬 것이 없다


울음이 쏟아질 듯

다리 풀려놓고 주저앉힐 듯하더니

다시 흥을 돋우고

그러기를 실타래 길이만큼 갔다

알듯 모를 듯

남도 시나위 허튼가락 속 한(恨)

조선사람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였다면

뉘랴 모를까

젓대 위 손가락 움직일 때마다

눈물 한 방울

한이 한 사발

고나헤, 긴 땀

꺼칠꺼칠한 육자배기 발음 섞인

깽깽이를*

누군가 간신히 멈춰 세웠다.


* 깽깽이 - 해금을 속되게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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