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 김용기
놔
놓으면 돼
쥐고 있으면 죽어
바나나를 놔야
항아리의 좁은 주둥이에서
손을 뺄 수 있고 살 수 있는데
원숭이 욕심이
그걸 쥐고 놓지 못하는 거야
밀림의 사냥법은 아주 간단했어
고수(高手)는 더러
자기가 쥔 작은 패를 내려 놓는데
큰 패를 위한 작전
모두 내 차지였으면 좋겠지만
버릴 줄 아는 것은 지혜야
유다가
겨우 은(銀) 삼십에 예수를 팔았지
얼마나 큰 죄인지 몰랐을까
그가 아직도 입에서 오르내리는 것은
무슨 죄를 졌는지 모른다는 데 있어
욕심이
죄를 잉태만 하고 끝났으면 좋은데
그다음이 문제야
버려야 산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늦게라도 알았다면 참 다행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