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지 마
- 김용기
옆구리 부딪힐 만큼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저만큼 앞서 가던 사람이 갑자기
혹은 슬그머니 뒤돌아봤다면
조심
간첩이거나
길 잃은 사람이거나
헛소리를 들었거나
방귀 놓으려고 뒤돌아 보는
목 긴 사슴 같이
소심한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면
재빠르게 걸음을 멈추고
눈은 다른 곳 바라다보는 것이
바른 모습이기는 해
가족이래야 넷 뿐
막내아들이 가다가 뒤돌아섰고
잠시 후 굵은 금관악기인
튜바소리가 갑자기 들렸어
본디 있게 배운 아들이야
"애고, 떨어진 은행이 많이 밟혔네"
눈치 빠른 엄마가
재빠르게 우군이 되어 주기는 했어
"제발 뒤돌아보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