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을
- 반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167호)
다시 가을
- 김용기
몇 번의 태풍이 지났지만
은행잎은 끄떡없었다
그랬는데
도사리던 겨울이 다가서자
정을 떼기 시작
알고 보니 해와 상극
가지가 앙상해도
삭풍을 맞서 견뎠고
검은 것도 아니고 하얀 눈쯤이야
가타부타, 일이었을까
겨울은 헤어진 가족만남처럼 반가웠다
다시 같은 자리에 싹을 돋워
잎새를 키우셨으니
더위와 상극이었던 게 맞았다
햇빛을 막는 역할로
줏대 없는 나뭇잎은
어디 숨어서 봄을 기다렸던 걸까
반계리 은행나무 할아버지는
섬강 바람 시원해도
더위는 이길 수 없었던가 보다
팔백 년을 사셨어도
말 없는 동네사람들
귀찮아도 잎은 피고 지고
얼마 더 사실까
문막읍장 무덤을 셀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