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 김용기
마누라 코 고는 소리 듣지 못했다
어젯밤 달그락거리던 소리
생쥐 한 마리 왔다 가나
무던히 긴 꿈
시공을 넘나드는 밤이었으니
굳이 잠을 깨우지 않았다
밤새 후둑거렸고
열린 창문은 아침까지 살아 있었다
번개 몇 개와
우르렁거리는 천둥이 생쥐였다니
꿈은 얼마나 심란했을까
비에 젖고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가을은
부르고 잡아도
껍질 벗어 놓고 가 버렸다
오래 머물지 않는 다혈질이었다
대부분 먼 곳으로 돌아서 가지만
비로봉 어설피 걸려
붙잡힌 구름을
시의 마지막 연에 눌러 앉혔다
시인의 눈에 닿으면
붙잡히지 않은 가을 없지만
껍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