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關係)
- 김용기
얼음 한 조각이
뜨거운 커피잔에 들어갔을 때
급속 해빙하는 커피에
흐뭇한 두 눈을 두고 있었지
제 편 끌어들이는 동기화 현상의 현장
새 부모를 만난 입양아의 마음이랄까
사랑을 찾은 거야
얼음이 녹았으니
뜨거운 커피도 새로운 맛
커피맛은 변하지 않았어
녹지 않는 유빙처럼 줄곳
빙글빙글 떠다녔다면
사로잡힌 적장(敵將)의 눈처럼
무서웠을 거야
차가운 커피가
얼음을 녹일 수 없는 이치일 테지
무의미한 커피 한 잔 놓여 있었을 거고
마음을 얼렸다가
그의 가슴에 슬쩍 넣어 봐
녹지 않았다면
넣자마자
찌지직 소리를 내며 녹지 않았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돼
뒤돌아섬과
뜨거운 얼음이 되어 그를 뜨겁게 함
녹는다는 것이 단지
없어진다는 수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섞인다는 거야
"1"이 쓰러지고
"1"을 쓰러트리는 의미
잘 생각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