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시간
- 김용기
TV가 한파(寒波) 조심하라고 외치는데
나무 끝 흔드는 잎새 하나
끈질기다
초가을 서둘러 지던 놈
유별나다 했더니
저 놈 추위 잘 견딜까, 염려에
언 발 시릴 틈 없었다
한가하지 않으면 못 볼
하찮은 겨울 한 조각
유별남이 뭐냐고 내게 물었다
새벽 첫 차에
찬바람 가득 채우고 바들거리던
빈 버스가 겨울 정류장에서 급정거했다
아무도 없었는데,
언 바람 넘어트린 후 쫓아내려는
몸에 밴 습관
그렇게 짐작했다
한 낮 마른 시간은
변기 물 내려가는 속도만큼 빨랐다
뒤돌아 보니
겨울도 그렇게 지나가는데
내 나이만큼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