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에서
- 김용기
반쯤 뜬 해는 겸연쩍었고
빈 배 해맑은데
마누라 눈치가
등살에 박혀 서두르는 선장
똥 마려운 개처럼 서둘렀다
불 꺼진 등대를 눈치 못 챘던
먼 파도가
헐떡거리며 밤새 왔지만
오다가
다리 풀린 아이의 달리기처럼
부서지는 너울
모르는 이는 그런 물거품을
해탈(解脫)로 봤다
슬금슬금, 바다
높아졌다가 깊어졌다가
맡겨 둔 돈처럼
내놔라 당장 내놔라를 외치는
선장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선장집 아이는 가다 말고 멈춰 서서
손을 내밀었고
밀린 월사금, 빚쟁이가 됐다
급할 때 헛도는 바퀴처럼
눈 풀린 선장도
독촉하는 주모 외상 술값보다
아이 빈 손이 급했다
아침 바다가 봤다
잔잔해진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