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열망에 굴복하다
나이를 먹이려던 이유
- 김용기
먹고 싶지 않은
떡국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내색하지 못했습니다
깨작깨작
숟가락을 시켜서
시간을 길게 끌다가
어떻게 해 볼 요량이었지만
허사
아내 눈은 속일 수 없었습니다
떡국에 얹힌 고명이
아까웠을 거라는 짐작도
어긋났습니다
한 살이라도 더 젊게
만들고 싶은 생각에 동조하여
떡국 한 그릇 슬쩍
식탁 밑으로 내려놓더라도
못 본 체
눈감아줄 거라는 생각은
어림없는 기대
남편의 부실한 비밀이 끝내
아내에 의해 덮였을 때
불쑥 나온 아랫배 향한 지청구도
평소처럼
지적받지 않은 것도
한 살 더 먹이려는 집착
의도를 알아챌 수는 없었습니다
몸무게는 잽싸게 늘었습니다
아내의 줄어든 근심 저쪽
나이보다 더 먹은 두려움이
어른노릇 하고 있었는데
정월 초하루 덕담은
내 식 아니었습니다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이
어느새 자리 잡은 내 안 두려움
몇 년째 손주를 바라는 기대는
그깟 서방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