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 김용기
전기를 이고 살면서
전기 맛을 모르다니 무던하다
까치가 집을 짓고
제 몸에 광고지 더덕더덕 붙여 놔도
소유권 주장은커녕
싫은 내색도 못하는 그에게
멀뚱멀뚱 서 있을 때, 참 착혀
했다
꼿꼿하여
관심이 없는 게 정치뿐이 아니다
허우대 멀쩡한 그가
자기들끼리도 거리 두는 건 철칙인데
무서워하는 것 하나
오른쪽 뒷다리를 들고
화장실로 쓰는 강아지다
뽑아서 이쑤시개로 쓰겠다고 우기는
취한 술꾼도 마찬가지인데
그 무서운 전기 얘기 일절 안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