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 김용기
존경하는 분 말고 여간해서는
님자를 뺐던 시절에 견주면
시간의 천지개벽
돈 된다 싶으면
아무 데나 님을 붙이는 요즘
어지간하면 떼지 않고 붙여주는데
선생들이 포기한 듯 교실에 서 있고
어색한 님은
대체로 밖에서 떨었다
내 직함 몇도 호칭에서 님이 빠진 채
귀를 거침없이 건너 다녔다
한가해진 것은 맞지만
갑자기 변해버린 호칭은
입맛이 썼다
‘돈이 웬수여’,
스치듯 내뱉는 아내의 푸념에는
고단한 상념이 섞였고
실수였을 것으로 인정하고 싶은 내 호칭
고의가 분명했다
그 글자 하나가 뭐라고
공연스레 소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