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를 맺다
- 김용기
응답해 주시면
저,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할게요
초신자라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굵은 명찰을 단지 수십 년인데
하나님과 거래하는 입술이 민망하다
무릎에 앉힌 손자에게
사탕 하나 더 내미는 할아버지처럼
사랑이라는 건 알지만
칭얼거리거나 말거나
지친 기색이 없다
도망 안 간 것 기특하여
원하는 대로 MOU 맺어 주고
도장 찍어 달라고 보채는 철부지 위해
인주 찾으러 다니는 저분은 천치
아니면 그 반대.
즐겁게 지내려고 시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