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MOU를 맺다

by 김용기

MOU를 맺다


- 김용기



응답해 주시면

저,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할게요


초신자라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굵은 명찰을 단지 수십 년인데

하나님과 거래하는 입술이 민망하다


무릎에 앉힌 손자에게

사탕 하나 더 내미는 할아버지처럼

사랑이라는 건 알지만

칭얼거리거나 말거나

지친 기색이 없다


도망 안 간 것 기특하여

원하는 대로 MOU 맺어 주고

도장 찍어 달라고 보채는 철부지 위해

인주 찾으러 다니는 저분은 천치

아니면 그 반대.

keyword
이전 2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