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때가, 그 곳이 어딘지 알면,
허무
- 김용기
뭔 큰일이 난 것처럼
세상 집어삼킬 듯
넘실거리며
일렁이며
쉬지도 않고 헐레벌떡 달려와
모래밭에 피그르르
종내는 그렇게 힘 없이
흰 거품 물고 쓰러질 거였다면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을까
바다 건너왔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왔을 리 없는데
그런 파도라니
곰이라도 잡을 듯이 급하여
쫓기듯
서두르던 서방을 그냥 뒀던 그날 밤
아내의 하소연은 또 어떻고
긴 장타에
수비하던 선수들 실수까지 겹쳐
홈까지 달렸는데
다리 풀린 야구선수에게 부족한
손가락 한 마디
그 기분 어땠을까
백사장에게
아내에게
야구선수에게 남은 공통점은
거친 숨소리의 잔상
이정록 시인 참 빨랐지 그 양반의
박복한 아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