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哀歌)
- 김용기
입동이 예민해졌다
댓잎은 아침저녁 밀려드는
바람을 잘랐고
늦가을 뒤꼍에는
바람의 고통스러운 울음이 가득 찼는데
너나없이 무뎌진 발걸음
머뭇거리는 저녁 해 앞에 있었다
울음이 꽉 찬 가슴마다
참사와 사고로 나뉘어 적힌
플래카드 애도 속에 들어 있어야 할
눈물자국은 보지 못했는데
늦가을은 눈치 없이 빨랐다
누구랄 것 없이
“딸아 왜 이렇게 차갑니?”
녹음기같이 외치는
어느 이태원 어머니의 지친 어깨를
그냥 지나치지 못할 때
바람은 댓잎에 유난히 잘게 잘렸으며
서걱거리는 가을은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