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이섬 가을 한 조각
아내의 직업
- 김용기
메타세쿼이아 높은 나뭇가지를
걷어내고 힘겹게 벌린
파란 하늘
'와, 가을 하늘이다'
'햇빛이 따습다'
마른 들에서
들깨 도리깨질 급히 마치고 갔던
아내의 목소리가
동창들 감탄사에 함께 섞였다
겨우
가을 하늘 조각에 호들갑이었다니
푸른색 반지, 팔지, 귀걸이가
빛이 나는 점심시간 식탁
만지작만지작
이름도 모르는 보석에 동창들 수다
얽은 금반지 꺼내 끼고 나간 아내는
손가락 올려놓지 못했다
아내의 직업은
수십 년째 남편 따라다니는 농부
군소리 없이
돌아와 허둥거리는 거친 손에
그늘이 서렸다
살며시 잡아 주었다
호들갑이 겸연쩍은 아내를 껴안고
소리 없는 눈물 삼켜주었다
가을이 허겁지겁 건너가도
푸른 하늘 아닌 적 없었는데
하늘 한 조각, 그들과 동조했다니
상한 속이 아물면
내년 동창회에 또 나갈 테지
잊고
그건 남편에 대한 배려였으므로
몇 번 남지 않은 가을이
아깝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