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낙엽을 쓸다

by 김용기

낙엽을 쓸다


- 김용기


게을러도 좋으니

아침에는 낙엽을 쓸지 말자

이슬에 젖은 사연이 있을 테고

생각할 시간 주는 게 맞다


버림받은 가을

낙엽은

몸무게 줄이는 나무 밑에 앉아

거센 저항

빗자루질이 안 될 정도로 젖은

서글픈 아침이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잃은 낙엽에게

지난밤 고민

묻지 않는 게 좋겠다

쓸리지 않아도 탓하지 말자

슬픈 아침

빠른 회복에 제 세상인 듯

벌떡 일어나 휘젓고 다닐

낙엽에 대하여.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귀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