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물들다

by 김용기

물들다


- 김용기


막을 수도 없고

저도 때 됐다고 붉게 물들어

온 산 태우는데

그러려니 해야지 어쩌겠어

허리 굵은 소나무는 외려

한참 어린 거야

단풍 가득채운 용소는 눈치가 빠른 거고

얼굴은 그렇다 쳐도

나이 들면서 점점 닮아가는 걸음걸이

시답잖은 말투

거친 삶에 대하여

닮지 않았으면 참 좋겠는데

아들은 눈치 없이 커버렸고

짧은 가을 후 아버지의 긴 겨울

미처 피하지 못하셨던 거야

하얀 머리카락 말이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낙엽을 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