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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살이 아프다

by 김용기

굳은살이 아프다


- 김용기



말랑말랑

부드러운 살만 있는 것 아니다


첫 숲이 밟히고

반복하여 지나가면

거기 반질반질한 길이 나는 것처럼

(아무도 숲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았다)


지싯지싯

스칠 때마다 아프고

갈수록 굳은살이 박히게 되는데

아픔에 대한 배려는 들여다 봄이다

녹은 빙하가

아주 오래된 신문지 한 조각 드러낼 때

사연을 꼼꼼히 읽어 주는 것과 같다


눈물이 고였다면

가슴에 박힌 굳은살을 봐야 한다.

두고 봐라

두고 봐라, 참으면

속에 든 날카로운 고드름은 녹아내리고

혼자 내버려 두면

모르는 체하면 안 되는 이유가

의사 비망록 어딘가에 적혀 있을 텐데

갈수록 굳은살은 굳어지고

거친 말이 속에서 증식되었다가

도사리던 시간이 얇아지면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


굳은살이

말랑말랑해졌다면

슬쩍 던져 준 눈빛

단조로운 말 한마디 때문일지 누가 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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