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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첫 메시지를 실행한 사람들

by dionysos

<모든 스타트업은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Ideas are easy. Execution is everything.” (John Doerr, Measure What Matters (2017)

(“아이디어는 쉽다. 실행이 전부다.")


- “파일을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다면?”

- “모든 사람을 연결하자.”

- “화성을 향해 가자.”


하지만 그 문장이 작동하는 시스템이 되기까지, 반드시 한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그 사람은 프레젠테이션 무대에 오르지 않지만, 아이디어가 실제 돌아가게 만드는 두 번째 엔진입니다.



<Dropbox-Arash Ferdowsi, 아이디어를 ‘작동’으로 바꾼 사람>


2007년, MIT 졸업생 Drew Houston은 USB를 잃어버리며 Dropbox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가 쓴 첫 프로토타입은 단일 기기용 Python 코드였다고 하죠. 이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발전한 순간은, MIT 전산학과 후배 Arash Ferdowsi가 합류한 때였다고 합니다.


“I wrote the first prototype on the bus, but Arash was the one who made it work for everyone.”

(나는 버스 안에서 첫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지만, 그걸 모두가 쓸 수 있게 만든 건 Arash였다.)

- Drew Houston, Y Combinator Startup School (2013)


Arash는 21세의 나이에 MIT를 중퇴하고 Dropbox의 공동창업자로 들어왔습니다. 그는 단순한 버전 동기화 프로그램을, 클라우드 기반 파일 시스템으로 확장시켰죠. 당시 그는 1만 줄 이상의 서버 코드를 직접 작성하며, “파일이 손실되지 않고 동기화되는 첫 버전”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Dropbox가 2008년 TechCrunch50에서 첫 발표를 했을 때, 무대에 선 사람은 Houston이었지만, 무대 뒤에서 시스템을 유지시킨 사람은 Ferdowsi였습니다.



<Facebook — Sheryl Sandberg, 비전을 ‘조직 언어’로 바꾼 사람>


2008년, Facebook은 7천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습니다. Zuckerberg는 기술자였고, Facebook은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었죠. Google의 글로벌 광고 부문 부사장이던 Sheryl Sandberg가 합류하면서 Facebook은 ‘회사’로서의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첫 6개월 동안 광고 모델, 인사 체계, 리스크 매뉴얼을 정비했고, Facebook이 IPO를 준비할 수 있는 조직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She architected our ads business, hired great people, and forged our management culture.”

(“그녀는 우리의 광고 비즈니스를 설계하고, 훌륭한 사람들을 채용했으며, 페이스북의 경영 문화를 만들어냈다.”)

- Mark Zuckerberg, Meta Official Post (2022)



2012년 IPO 당시 Facebook의 매출 중 85%가 광고였으며, 이 구조는 Sandberg가 설계한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창업자의 ‘비전’을 ‘조직 언어’로 번역한 최초의 2인자였습니다.



<SpaceX — Gwynne Shotwell, 이상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든 사람>


Elon Musk의 첫 번째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든다.”


그러나 SpaceX는 초기 세 번의 발사 실패로 파산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이때 회사의 생존을 이끈 사람은 엔지니어 출신 COO, Gwynne Shotwell이었습니다. 그녀는 2002년 입사 후 NASA와 미국 국방부 계약을 직접 따냈고, 상업 발사 비즈니스를 구축했다고 합니다.


“My job is to make sure the company can deliver on Elon’s vision.”

(“내 일은 회사가 엘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 Gwynne Shotwell, CNBC Interview (2018)



Shotwell이 구축한 상업 위성 발사 계약 모델은 SpaceX의 핵심 수익 구조로 자리 잡았습니다. Musk의 비전은 화성 탐사였지만, Shotwell은 회사가 그 여정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엔진을 유지시켰습니다.



<Slack-Cal Henderson, 실패한 게임에서 ‘협업 툴’을 건진 사람>


Slack은 원래 게임 스타트업 Tiny Speck의 내부 채팅 툴이었습니다. 게임 Glitch가 2012년에 실패했을 때, CEO Stewart Butterfield는 말했다고 하죠.


“우리가 만든 툴이 게임보다 더 유용한 것 같아.”


그때 CTO Cal Henderson이 제품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채팅 서버를 API 기반 구조로 바꾸고, 이후 “앱 통합형 협업 플랫폼”으로 확장했죠.


“Cal built the internal tool we used for Glitch. That became Slack.”

(Cal이 우리가 Glitch에서 쓰던 내부 툴을 만들었다. 그게 Slack이 되었다.)

- Stewart Butterfield, WIRED (2016)


Slack은 출시 1년 만에 1만 2천 팀이 유료 전환했습니다. ‘실패’에서 ‘도구’로의 전환은 CTO의 실행력이 만든 결과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아이디어는 누구나 만들지만, 작동시키는 사람은 드물다>


Dropbox의 Arash, Facebook의 Sheryl, SpaceX의 Gwynne, Slack의 Cal... 이들은 모두 창업자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시스템으로 변환시킨 사람들이었죠.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서 가장 귀한 자원은 자본이 아니라, 창업자의 모호한 말을 실제 ‘작동 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실행자입니다.


John Doerr의 말처럼, “Ideas are easy. Execution is everything.” (Measure What Matters, 2017) 그리고 그 ‘Execution’을 만든 사람들은, 늘 두 번째 엔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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